장애인에게 정의는 무엇인가? > 대학생 기자단


장애인에게 정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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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국정이념으로 공정한 사회를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공정한 사회는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서 장관 후보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줄줄이 낙마하고,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사건이 터지면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솔직히 정치적 구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이 도서시장에서 베스트셀러로 팔리는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는 데에 더 의미를 둘 수 있다.

아무튼 정의와 공정성이 시대정신으로 떠올랐다는 것이 장애인 입장에서는 눈물겹게 반갑다. 정의와 공정한 사회에 대한 질문의 진정한 의미는 특권층이 자기 지위를 이용해 탈법을 저질렀는지의 여부를 따지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과연 사회적 약자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는가 여부가 정의와 공정성 질문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국가의 존재 이유는 정의실현에 있고, 정의는 곧 공정성을 말한다. 그리고 공정성은 바로 복지국가를 의미한다. 그래서 정부가 공정성을 얘기하려면 사회에서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서부터 첫 단추를 시작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개선하면 국가와 공동체 전체가 정의로워지고 공정해지는 것이다.

장애인들 입장에서 우리 사회에 정의와 공정성의 실체가 조금이라도 존재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 이다. 장애인들은 우리 사회를 불공정한 사회라고 느끼고 있고, 야만적인 사회라고 규정하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게도 노동과 생활에서 위협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지만, 이 기본적인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예를 들면, 정부는 장애인들에게 장애등급 재심사라는 칼날을 들이대면서, 다른 누구보다 정부의 배려가 절실한 중증장애인들을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시키려고 혈안이고, 또 콜택시 이용 자격을 박탈해 사실상 중증장애인들을 집안에만 있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재심사로 인한 장애등급하락으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 수가 몇 십 명, 몇 백 명이 되지 않더라도 이건 누가 봐도 분명히 도를 넘은 야만적인 행위이다. 중증장애인들이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고 콜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난하기 때문에,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사회적 배제를 당해서 소득이 없기 때문에, 골방에 처박혀 있던 장애인들은 그나마 바깥바람을 쐬기 위해서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절실했고, 돈이 없어 비싼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값싼 콜택시 이용이 필요했다.

이런 가난한 중증장애인들에게 너는 몇 급이라는 장애등급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강조하지만 정부가 가난한 중증장애인들을 상대로 너의 몸을 정밀하게 해부해 봤더니 너는 1급이 아니어서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또 너는 2급이 아니라서 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다고 통보하며,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이 한 순간에 서비스 이용권을 박탈하는 이런 정부의 행태는, 그야말로 뒷골목 깡패나 저지를 수 있는 저열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치사함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이명박 정부는 적어도 장애인들에게는 공정한 사회를 말 할 자격이 없다. 이명박 정부가 공정한 사회를 구호라도 내세울 수 있으려면, 모든 중증장애인들이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를 받고, 모든 이동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이 무료로 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즉 정부가 부르짖는 공정한 사회가 가짜가 아니라면 정부는 지금보다 대폭 늘어난 장애인 복지 예산을 만들어 내고 집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게 우리사회가 야만을 벗어나 정의와 공정성이 그나마 체면치례를 하는 사회로 다가가는 첫 발자국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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