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막장드라마의 소재로 사용하지 마라
본문
현재 MBC에서 방영하고 있는 아침드라마 ‘주홍글씨’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사회에서 하나도 쓸모없는 무능력한 인간’, ‘가족에게 부담만 주고 짐스러운 존재’로 묘사되고 있어 이 땅의 4백만 장애인들에게 커다란 분노를 심어주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8조는 ‘누구든지 장애인을 비하·모욕하거나 장애인을 이용하여 부당한 영리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장애인의 장애를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고,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8조는 ‘가족 단위를 포함하여 사회 전반에서 장애인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고,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한 존중심을 고취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장애인을 이해하거나 장애인의 존중심을 고취하기는커녕 위 법률들을 위반하고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중도에 사고로 인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나오는데 장애인이 되자 ‘남자구실을 못하는 한심한 인간’, ‘인생을 종친존재’ 라고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장애인이 되면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갇혀 사는 것이 당연한 모습인 냥 보여주고 있으며,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방안에 틀어박혀야 하거나 외부로 내보내야 할 창피한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
더군다나 극중 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가 아들을 결혼시키고자 배우자가 될 여성에게 경제적 지원을 한다고 설정함으로써 장애인이 되면 스스로 가정을 꾸릴 수 없는 한심한 남자가 된다는 것으로 단정 짓는 작태까지 보여주고 있다. 아무 할 일도 없고 남자구실도 못하는 무능력한 인간이 되어 장애를 한탄하면서 가족에게 신경질이나 부리며 어린아이처럼 생떼나 쓰는 것이, 마치 중도에 장애인이 된 사람의 일반적인 모습인 냥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수많은 장애인들은 사고나 질병, 혹은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졌어도 사회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나름대로 자긍심을 가지고 가족과 사회의 일원으로 긍정적인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장애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은 물론 사회에서 전혀 쓸모없고 사람구실을 못하는 존재로 단정 지음으로써 가정과 사회에서 장애인의 입지를 더욱더 위축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반 장애인적 드라마가 어떻게 공영방송인 MBC에서 버젓이 제작하고 방영할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으며, 이에 전국의 4백만 장애인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을 선도해야 할 방송의 공익적 책임을 기대하면서 전국 장애인들을 대표하여 MBC의 책임 있는 사과와 드라마 ‘주홍글씨’ 제작진의 문책을 요구하는 바이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