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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연금법 유감

장애인연금법, 체계없이 서둘러 만들 필요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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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애인계의 주요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장애인연금법(2010. 7. 1. 시행 예정)입니다. 아직 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벌써 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장애인연금법의 제정은 많은 기대로 출발하였습니다. 국민연금법상의 장애인연금의 수급자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장애인연금의 지급대상이 되지 않는 장애인에 대한 보호가 필요했습니다. 장애인연금법이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장애수당의 경우에도 그 대상이 장애인 일반이 아니기 때문에, 자산조사나 소득조사 없이 모든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사회수당제도가 신설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경제활동이 특히나 어려운 중증장애인에 대한 보호의 일환으로 장애인연금법이 거론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많은 기대를 가지고 제정을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는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것인지, 요즘은 장애인연금법에 대한 비판 일색입니다.

장애인연금법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첫째 소득과 재산보다 장애의 정도를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경증장애인이 애초부터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장애인연금의 급여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장애수당이 부가급여라는 명목으로 바뀐 것이나, 그 과정에서 지자체의 장애수당의 지급 근거가 모호하게 된 것, LPG연료지원제도가 폐지된 것 등이 장애인계에 불신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관련 예산이 확보되어야 하며, 서로 충돌되는 이해관계가 조정되어야 합니다. 때로는 부처 사이의 알력도 작용합니다. 여당이 어디인지, 국회의 일정이 어떠한지도 중요합니다. 제 직업이 법률과 관련되다 보니 다양한 법률의 제정, 입법에 관여하여 왔습니다. 제가 직접 개정안을 만들기도 하고, 정부나 의원 입법안을 다듬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법률이 통과되고 난 이후에 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 중 가장 실망스러울 때는 애초의 개정의 취지는 전혀 남지 않은 채 개정안을 발의한 정부나 의원의 실적만 남게 될 때입니다. 개정을 시작했으니 일단 통과는 시켜야 하고, 그러다 보니 핵심에서 벗어난 누더기만 걸친 법률이 남게 되는 경우입니다.

장애인연금법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장애 분야에 대한 예산 책정에 불만이 없지 않지만 예산 배정의 어려움은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장애인 모두의 이익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정부의 고충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왜 충분한 대안들에 대한 논의 없이 성급히 법률이 제정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법률은 개정될 수 있고, 더욱이 문제 있는 법률이라면 더 빨리 개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개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고, 일단 법률에 의해 체계화된 구조는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애인연금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좀더 논의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냥 있는 예산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서만 고민하지 말고 다른 방안은 없었을지. 반대가 많겠지만 새로운 목적세의 신설을 좀 더 논의해 보는 것은 어떠했을지. 보편성의 원칙에서 장애인연금의 대상을 보다 확대할 수는 없었을지. 기존의 제도들을 폐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라면, 그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보다 세심하게 고민할 수 없었을지. 물론 쉽지 않은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장애 관련 법률을 보다보면 체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때그때 서둘러 만들다보니 여기 저기 법률은 많은데 보호의 수준은 거기서 거기입니다. 어떨 때는 관련 법률을 모두 모아 합치고 나누고 해서 체계를 세우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체계가 뭐 중요하냐고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체계 없는 법률은 결국 상황논리에, 예산에, 알력에 핵심까지도 내어 놓게 되기 때문입니다. 법률을 위한 법률이 아닌, 장애인을 위한 법률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작성자조원희 (태평양 법무법인 공익위원회 장애인팀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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