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지켜야 할 것은 의사표현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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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인터넷 선거실명제 위반 확정에 부쳐
서울 서부지원 제2민사 재판부(재판장 배기열)는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인터넷에서 실명 인증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과태료 1000만원을 <참세상>에 부과해 이의신청한 항소심 재판에서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지방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5월31일자로 났고 사실상 확정판결이다.
그동안 <참세상>은 인터넷 선거실명제가 독자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선거실명제 불복종 운동을 진행해 왔다. <참세상>은 여러 언론사들과 함께 2004년 이후 선거때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실명제를 거부해 왔다. 그 결과 2007년 대선에서는 실명제 위반으로 1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또한 이 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매번 인터넷 선거실명제가 필요하다는데에 손을 들어 줬다. 결국 지난 2월25일 헌법재판소는 <참세상>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는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이용자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거치지 않고 자신의 글을 게시할 수 있으므로 사전검열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도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똑 같은 법리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 신문 등의 게시판 대화방 등에서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경우가 많고 부당한 선거운동이나 소수에 의한 여론 왜곡으로 선거의 평온과 공정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인터넷 언론사에 위와 같은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넷 선거실명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의 인권침해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8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우지숙 교수가 행정대학원이 발간하는 ‘행정논총’에 실은 논문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에 따르면, 실명제 실시 이후 게시글의 비방과 욕설 정도는 줄어들지 않았고 글쓰기 행위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인터넷 실명제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또한 지난 5월 방한한 ‘프랭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인터넷 실명제가 사전 검열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특히 공직선거법에 의해 선거운동기간 중 실시되는 인터넷 언론사의 실명제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얼마 전에 끝난 지방선거에서도 많은 언론사가 실명제를 거부해 게시판을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참세상> 또한 덧글 게시판을 닫고 진보넷 게시판과 트위터와 연동하여 최소한의 의사표현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무엇보다 인터넷 실명제는 계속해서 대중적인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라 의사소통의 방식도 다양하게 발달하고 이것이 법적인 규제를 초월하는 경우도 상당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트위터 규제가 웅변하듯이 실명제라는 법적 조치가 현실의 소통방식을 따라잡지 못하는 낡은 법이 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새로운 규제방식을 도입하려고 하나 그 때마다 대중적인 저항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사실상 2007년부터 이어 온 인터넷 선거실명제의 사법적 판단은 끝난 것으로 보여진다. 대법원에 항고할 수 있으나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난 이상 법리 논쟁은 더 이상 무의미해 보인다.
의사표현이 중요한 선거기간에 법률에 의해 언론사가 규제된다는 것으로도 우리 선거가 얼마나 후진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또한 이러한 인터넷 선거 실명제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언론의 수치로 볼 수 있다. 의사소통과 여론형성이 목적인 언론사가 게시판을 폐쇄해야 한다는 것도 언론사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참세상>은 법원의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속시켜 나가려고 한다. 간혹 법원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판결을 해 왔고 실명제도 그런 판결이라 믿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사로서는 독자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희생시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확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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