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적 반인권적 근로능력평가기준 강행 보건복지가족부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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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권)자와 빈곤/복지단체의 진정어린 목소리에 귀를 닫은 보건복지가족부
복지부가 또다시 귀를 막았다.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중인 「근로능력평가의 기준 등에 관한 규정」개정안을 3월 4일자로 재개정 고시하면서 수급(권)자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에 대한 각계의 지적과 관련 단체들의 진정어린 호소를 무시하고 의견반영 없이 같은 법안을 발표한 것이다.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을 비롯한 사회단체들은 작년 고시했을 당시부터 활동능력 평가기준의 조악성과 졸속성, 무엇보다 인권침해적인 요소들의 문제들을 제기하여 왔다. 단체들은 시행을 보류하고 전문가 및 사회단체 등과의 논의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수급(권)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방향으로 안을 마련하여 시행할 것을 제안하였다. 하지만 기초생활관리단은 그 동안 모의평가를 진행하여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이미 사회복지담당자들 교육이 끝났고 의사협회에도 전달이 된 상태라며 단체들의 제안을 거부하여 왔다.
그런 복지부가 2월 10일 국가인권위의 개정 권고 결정과 수급자, 의사, 공무원들의 끊이지 않는 문제제기에 시행 1개월 만인 2월 12일 근로능력평가기준 개정안을 발표해 의견수렴에 나서겠다고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 역시 비합리적이며 객관적 평가기준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함을 전하기 위해 우리 사회단체들은 간담회,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각 분야에서 의견을 전달하였다. 그러나 의견수렴 절차는 형식에 불과했으며 지적한 문제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3월 4일자 시행 개정안을 고시되었다.
문제투성이 근로능력평가기준
대폭 수정되었다고 하는 의학적 평가기준 개정내용은 전반적으로 장애판정기준을 따르고 있고, 질환을 11개 질환으로만 나누는 등 수급(권)자들의 근로능력 유무를 판정하는 기준으로 합리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알콜중독을 동일하게 평가하거나, 질환 평가를 위해 고가의 검사를 해야 하는 등 수급(권)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들로 평가기준들이 채워져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2월 23일 복지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장애진단에도 불구하고 근로능력이 있다는 ‘규정’의 평가기준은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지점이라는 점, 이는 ‘규정’의 취지가 근로능력 평가를 매우 엄격하게 적용해 1종 수급권자를 최소화하려는 의도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는 점”, “간경화의 합병증인 정맥류 출혈은 1회 발생 시, 치사율이 무려 40%에 이르는 매우 심각한 합병증이며, 간성뇌증 역시 말기 간경화 환자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합병증에 해당됨에도 ‘규정’에서는 1년에 1회 정도 입원치료를 받을 경우 3단계로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심각한 중증질환에도 불구하고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과학적 근거가 무엇인지 어떠한 의학적 자문을 받았는지 복지부는 해명할 필요가 있음.”,
“근로능력 평가를 위해 의학적 평가기준을 복잡하고 까다롭게 설정하다보니, 해당 질환에 대해 매우 전문적 지식을 갖춘 전문의만이 각 질환에 대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할 것”, “질환별로 세분화되어 있는 평가방식으로 인해, 근로능력 평가용 진단서를 받으려면 전문분야의 의사에게서 평가를 받아야 하며, 또 전문 분야라 하더라도 해당 질환을 평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이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규정’에서 요구하는 진단서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
“수급권자가 자신이 가진 만성질환에 대한 의학적 평가를 받기 위한 장벽이 너무 높아, 의료이용이 용이하지 않은 수급권자의 경우 진단서 제출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제도적 장벽에 의한 피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 “근거 없는 인위적인 단계의 구별로 이루어진 의학적 평가가 오히려 환자의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첫째 ‘규정’의 취지가 의료급여 수급권을 제한하려는 시도라는 점과 둘째, 근로능력 평가기준의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점에서 <근로능력평가 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다.
활동능력 평가기준은 빈곤층을 사회적 낙인화하는 반인권적 내용임을 지적하며 국가인권위가 개정권고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표현들만 바꾸어 놓은 수준에서 강행하고 있다. 객관적인 지표로 삼겠다는 활동능력 평가기준은 ‘어설프다, 잘한다, 낮다, 높다, 보통, 편이다, 거의, 잘’ 등 객관적 표현으로 볼 수 없는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다. 국가인권위의 개정권고안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의학전문가도 아니고 심리상담전문가도 아닌 몇 안되는 사회복지담당자가 수많은 수급자들을 이 기준으로 근로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은 사회복지담당자들의 노동강도를 더욱 강화하여 오히려 객관성을 떨어뜨릴 것이다.
그리고 시행과정 한 달은 기초생활관리단의 호언장담과 달리 그야말로 졸속행정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선 작년 일반수급자의 무더기 강제전환 당시 크게 문제가 되었음에도, 근로능력평가기준 또한 수급권리의 당사자인 수급(권)자들에게 충분한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의학적 평가를 해야 할 의사들에게도 근로능력평가기준이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여, 수급(권)자들은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를 백지상태로 되가져올 수밖에 없었으며 의사들의 민원 또한 끊이지 않았다. 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자들에게도 활동능력 평가가 전달되지 않아 수급권리가 침해되는 사례 또한 발생하였다. 문제는 이로 인해 수급(권)자들이 수급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생계위협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속출한다는 점이다.
근로능력평가기준 즉각 철회하라!
이미 지적했듯이 근로능력 유무를 수급(권)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판단한다는 근로능력평가기준의 발상 자체가 문제이다. 근로능력 유무를 ‘근로의욕, 집중력, 취업가능성’등 개인에게만 물어서는 안되며 일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과 환경이 마련되었는지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즉 근로능력 유무는 수급(권)자 스스로가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이며, 정부와 사회는 수급(권)자가 평등하게 근로능력을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조건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빈곤층을 노동을 원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자로 전제하고, 때문에 노동이 삶의 희망이 아닌 징벌적 수단으로 전제되어 만들어진 근로능력평가기준은 표현을 바꾸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그때그때 바꾸면 된다는 행정편의적 사고는 당장 생계위협을 받고 있는 수급(권)자들의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며 기초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일주일간의 의견수렴 기간 동안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을 비롯한 우리 단체들은 근로능력평가기준 개정안에 대해 여러 자문과 의견을 구하여 보건복지가족부에 이를 전달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한치도 귀 기울이지 않고 개정의견안을 거의 수정하지 않고 개정안을 고시하였다.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을 비롯한 우리 단체들은 이번 보건복지가족부의 처사를 더이상 수급당사자와 사회단체들의 의견을 듣기는 커녕 귀를 닫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에 근로능력평가기준 시행에 대한 감시활동을 통해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근로능력평가기준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알려나갈 것이다. 또한 수급당사자들과 함께 근로능력판정제가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
졸속적 반인권적 근로능력판정기준 철회하라!
수급(권)자를 도덕적 해이자로 내모는 근로능력판정기준 철회하라!
빈곤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근로능력판정기준 철회하라!
근로능력판정기준 철회하고 수급(권)자의 인권을 보장하라!
400만 기초법 사각지대 해소방안 마련하라!
2010. 3. 8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 / 빈곤사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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