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들의 법조계 진출보도를 환영한다 > 대학생 기자단


중증장애인들의 법조계 진출보도를 환영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모니터단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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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사법시험을 통과한다는 것은 대단한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것을 의미한다. 사법시험을 통과하여 판사, 변호사, 검사가 된 법조인은 한명 한명이 한 개인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에, 사회적 존경은 물론 많은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에서도 늘 손꼽히고 있다.

장애인들이 이러한 사법시험에 처음 통과한 것은 80년대 초반 무렵이다. 박은수 씨(현 국회의원)를 비롯한 몇몇 장애인을 시작으로 많은 어려움을 이기고 피나는 노력으로 합격하여 꾸준히 법조계로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법조계로 진출한 장애인들은 보행에 불편이 있어 클러치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이 많았다. 휠체어를 사용하거나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같은 중증장애인은 교육인프라가 열악한 우리사회에서 법조인이 된다고 하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처럼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2월과 3월에 연이어 거의 모든 방송과 신문은 중증장애인들이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법조인이 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였다. 올해 31세로 사법연수원 교육까지 마친 후 의정부지청 검사로 임명된, 휠체어를 사용하는 양익준 검사와 동갑내기로 2008년에 시험에 합격한 후 3월 사법연수원에 들어가는 1급 시각장애인 최영 씨다.

법조인이 되는 이들 중증장애인에 관한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는 90년대 중반 국내 최초로 여학생이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는 뉴스가 각종 미디어에 크게 보도된 후 여성도 사관생도가 될 수 있다는 사회의 인식 확산에 크게 이바지한 사례로 비춰 볼 때, 중증장애인들도 노력만 한다면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조성할 것으로 여겨지는 바이다.

그런데 이번 각종 미디어 매체들의 보도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라면 법조인이 되기 위한 이들 중증장애인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나 포부, 또한 중증장애인들이 왜 이제까지 법조인이 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사회적 장벽이나 열악한 장애인 교육체계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기존의 장애인 뉴스와 마찬가지로 장애만을 과도하게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양익준 검사의 뉴스들을 보면, 그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란 것을 확실하게 강조하기 위해 2월 6일 KBS, MBC, SBS 등의 뉴스에서는 2분 남짓한 보도시간에도 불구하고 각각 4~5차례나 걸쳐 휠체어가 드러나게 전신을 보여주고 있으며, 조선, 동아일보 등의 신문에서도 휠체어가 뚜렷이 드러날 수 있는 전신사진을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2월 6일에 방송된 ‘SBS 8시 뉴스’ 에서는 양익준 씨를 보도하면서 "검찰문 연 휠체어"란 제목으로 양익준이란 이름 대신 휠체어란 장애보조기구로 표현하고 있고, SBS는 물론 KBS 9시 뉴스, YTN 등 다른 방송사에서도 인터뷰는 물론 이동할 때에도 카메라가 계속해서 휠체어를 확대(클로즈업)해서 보여줌으로써 양익준 씨가 하반신 장애인임을 계속해서 시청자에게 강조하고 있었다.

이는 시각장애인 최영 씨를 소개하는 뉴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사법연수원 입소를 보도하는, YTN을 비롯한 3개 방송사의 3월 3일자 뉴스에서도 대부분을 점자안내문, 유도블럭, 음성변환장치 등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이야기에 할애했다. 그것은 마치 장애를 가진 법조인들이 그 자리에 있기까지의 노력을 보여주기보다, 과도한 배려와 편의시설이 필요한, 특별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YTN의 1월 30일자 보도는 양익준 씨의 노력이나 능력보다는 아버지와 가족들의 희생을 강조하고 있었다. 양익준 씨가 13년 전 사고 경위와 가족들이 뒷바라지를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모두 이사해야 했으며, 아버지는 생업까지도 포기하고 휠체어를 타는 아들을 따라다니며 온갖 수발을 들어주어 법조인이 되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것은 KBS, MBC, SBS 뉴스와 동아일보 1월 30일자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법조인 지망생을 둔 가족이 비장애인 법조인 지망생 가족에 비해 너무 가혹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같은 가족의 극심한 희생을 언급할 때에는 가족들이 생업까지 포기하며 장애인을 수발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열악한 교통체계나 주택구조, 학교 등의 장애인편의시설 미비 등을 아울러 언급했어야만 시청자들이 중증의 장애를 가진 법조인이 왜 이제야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양익준 씨, 최영 씨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법조계로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이들을 소개할 때는 가족의 과도한 희생이나 휠체어나 흰지팡이 같은 보장구를 통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장애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법조인으로서의 자질이나 포부, 장애인이 사회참여를 하는데 필요한 사회적 인프라의 미비 등을 조명하여 법조인을 지망하는 장애인들이 선배들이 겪은 불필요한 희생을 경험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작성자심승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우방송모니터단)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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