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박김영희 부대표 “활동보조서비스, MB 정부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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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박김영희 부대표 |
언젠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투쟁하던 날, 밤새 우리가 했었던 것은 휠체어 위에 앉아 마치 하나의 조형물처럼 버티는 일이었다. 어제 침낭을 두르고 앉아있는 동지들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도대체 이런 긴 투쟁의 모습을 언제까지 봐야하는 것인가.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 민주화도 거꾸로 가고 있고, 계절마저도 거꾸로 가듯 다시 겨울로 가고 있다. 세월도 거꾸로 가서 우리가 젊어진다면 좋겠다. 우리가 젊어져서 더 가열차게 투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 전국장애인대회는 6회째를 맞고 있다. 처음 1회 때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 3월이 얼마나 추운데 전국의 장애인들이 얼마나 모이겠냐고, 얼마나 투쟁을 할 수 있겠냐고. 그러나 오늘 벌써 6회째가 되었다. 지치지 않고 이렇게 모여서 이 추운 날씨에도 아무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는 투쟁해왔다. 이렇게 투쟁해왔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암울한 미래만 남아있다.
활동보조서비스, 장애인에게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돼야 한다고 처음부터 얘기해왔건만, 여전히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복지예산 더 삭감하고 더더욱 사람의 목을 옭죄는,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만 우리 앞에 있다. 앞으로 어떻게 투쟁해가야 할지 동지들이 더 잘 아실 것이다. 4대강에 예산을 퍼부어대고, 강을 살리는지 죽이는지 강을 살린다며 사람까지 죽이고 있다. 사람을 죽이며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
오늘도 누군가는 지역 동사무소를 찾아가 사회복지사에게 사정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복지관에 가서 나는 얼마나 활동보조인이 필요한지, 나는 얼마나 중증장애인인지, 나는 얼마나 무능한 인간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이런 현실을 만들지 말자고 우리가 전국장애인대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6회만이 아니라 7회, 8회를 할 수도 있다. 처음에 장애인대회를 하자고 했을 때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자 할 때 이 사회는 우리를 정말 같잖게 봤다. 우리 같은 중증장애인들이 모여서 이런 대회를 연다고 할 때 사람들은 우습게 봤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다.
여러분, 드라마 선덕여왕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드라마 속 미실이가 볼 때는 덕만이가 하찮은 아이에 불과했지만, 덕만이가 여왕이 되겠다고 이야기하는 순간이 있었다. 스스로 왕이 되겠다고 이야기하던 그 장면을 보며 왜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싶었다.
제1회 장애인대회를 시작할 때 중증장애를 가진 우리가, 이 사회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권리를 이야기하자고 나선 순간 사회는 우리를 더 이상 만만히 볼 수 없게 되었다. 1회 대회를 하고 6회를 하는 이 순간까지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그 큰 권력을 가지고 우리를 막아선다고 할지라도, 활동보조서비스 아무리 저지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중증장애를 가진, 활동보조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 스스로가 필요한 시간만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해낼 것이다. 이 바람 속에서도, 이 추위에서도 스스로 우리의 권리를 얘기하는 순간, 실천을 위해 나와 있는 순간 우리는 이명박 정부에게 이기는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그 큰 권력으로 우릴 저지한다 해도, 경찰이 아무리 막아서도, 보건복지부가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우리의 투쟁으로 그것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길 것이다. 승리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보건복지부의 손발을 들게 만드는 것은 바로 덕만이가 스스로 왕이 되겠다고 말했던 그런 자신감, 우리가 투쟁으로 우리 것을 쟁취하겠다는 자신감으로, 그런 힘으로 우리의 것을 쟁취해나가자.
2010년 3월 6일
진보신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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