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 식 강력범 처벌 강화서 벗어나 근본적 성범죄 근절 대책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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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40여개에 이르는 성폭력 관련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오늘(3월30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내일(31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면 같은 날 오후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현재 논의되는 상황을 보면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 음주로 인한 감경 제외, 성폭력전담재판부 배정, 전문가 의견 진술 의무화, 처벌 대상 친족 범위 현행 2촌 이내에서 4촌 이내 인척까지 확대, 범죄자 신상공개 확대, 유기징역 상한 20년까지 상향조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성폭력 범죄 처벌 및 피해자보호법 일부개정안’, ‘형법 개정안’과 성폭력 처벌과 방지로 법무부와 여성부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환영할 만한 내용들이 담겼음에도 불구하고, 박수를 보낼 수 없는 것은 강력범 처벌 강화를 위주로 한 강경 일변도의 치안 대책이 곧 성범죄 근절 대책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전자발찌 소급적용 및 살인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특정 범죄자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3월23일 법사위 소위에서 의결되었으며, 피의자 얼굴 공개를 명시한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발찌는 재범 예방보다는 재범자의 범법 행위 시 수사편의라는 측면에서 더 효율적인 제도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9일 살인·강도·방화까지 포함하여 확대하는 개정안을 제출하여 강력범죄에 대한 관리시스템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 신고율은 7.1%, 그 중 기소율은 43.2%에 불과한 현실에 비춰 볼 때 전자발찌는 극히 일부 성범죄자에게 해당되는 것일 뿐이다. 성폭력은 특별한 사람이 저지르는 짓이라는 것만 강조된다면 85%의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성폭력이 묻혀지거나 무시될 수 있기에 이런 방식으로는 성폭력을 근절 할 수 없다.
강력한 징벌 대책만이 아니라 예방을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김길태는 교도소에 11년 간 수감되었지만 재범을 막지 못했다. 교도소는 단순히 범죄자들을 가두는 곳이 아니라 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교화하고 교정하는 곳으로서의 역할을 높여가야 한다.
또한,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는 등의 내용이 논의 중이다.
피의자 얼굴 공개는 헌법이 보장한 무죄 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으로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를 기소 전 증거만으로 단정할 수 없으며 ‘공공의 이익’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범위를 설정하기 어렵다. 인권위의 권고로 이루어진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의 직무규칙을 정부가 나서서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
실질적 예방과 인식개선을 통한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친고제 폐지가 우선이다.
성폭력의 불법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단지 피해자의 고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의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형사사법의 중대한 결함이다. 친고죄의 개정은 매번 시기상조론에 좌절되면서, 극소수의 범죄자에게 극단적인 형을 부과하는 방안만이 논의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오늘 법사위 소위에서 친고제 폐지가 적극 논의되어 반드시 대안에 포함되어 처리되길 기대한다.
또한, 재범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가해자에게 의무적으로 교육·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이 오래전부터 제안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재범방지 교육을 실시하고는 있으나 그 대상자가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중 교육희망자,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수강명령을 병과한 자 가운데 보호관찰소에서 집행을 위탁받은 자, 교도소 재소 잔여기간이 1년 미만인 자이다. 모든 성폭력 사범에 대해 의무적으로 교정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시간 및 내용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성폭력 방지를 위한 범정부 기본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초범자에 대한 교육 강화, 재범자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 체계화, 성범죄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와 학부모 홍보 및 교육, 학교 성교육 강화 등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성폭력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국민들의 분노는 높아지고,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대책을 발표해 왔다. 보다 강력한 대책일수록 더 나은 대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인권보호를 이야기하면 마치 성범죄를 옹호하는 것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극악한 범죄자 몇 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성폭력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국민적 분노에 편승하여 성폭력을 치안 논리 강화, 공포정치 부활 등에 활용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 감시와 통제와 처벌 강화가 아니라 인권과 성평등 의식을 강화하고, 피해자 보호지원, 가해자 교정프로그램을 실질화하는 것이 성폭력 근절 대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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