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연금 1백만 원 주겠다는 정당을 지지하자 > 대학생 기자단


장애인연금 1백만 원 주겠다는 정당을 지지하자

[편집장 칼럼] 차라리 장애인관련 예산을 장애인당사자에게 줘라

본문

냉정하게 얘기하면 장애인들은 기생계층으로 현재를 살고 있다. 좀 더 정확한 본질을 얘기하면 정부가 장애인들을 기생계층으로 전락시킨 다음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장애인이 존재가치를 부정당하고 있는 배경에는 지금 정부의 위정자들이 모두 성장지상주의자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성장지상주의자들은 속성상 절대 장애인을 주체로, 파트너로, 심지어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장애인을 파이를 키우고 난 뒤 떡고물이 남으면 조금 떼 줘야 하는 귀찮고 성가신 존재로 여길 뿐이다.

최근 성장지상주의자들이 장애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명명백백한 예가 장애인연금 제도 도입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장애인연금에서 드러난 정부 위정자들의 ‘위선’

기실 내막은 기존의 장애수당 제도를 장애인연금으로 이름만 바꾼 것에 불과하고, 지급액수의 대폭 증액도 없는 상태에서 말 그대로 껍데기에 불과한 장애인연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정부는 예산이 없어서 제도 도입을 유예해야 한다느니, 선심 써서 1~2만원을 더 얹어 주겠다느니 하며, 장애인들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고 약을 올리며 시정잡배보다 못한 치사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

장애인연금 문제 외에도 정부가 장애인을 무시하고 있다는 증거는 손을 꼽아보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장애인 복지의 세계적인 흐름이고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복지에 있어서의 장애인 자기 결정권을 부정하고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걸 들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은 장애인 복지정책 시행에 있어서 장애인들을 주체로 그리고 소비자로 인정해서 장애인들에게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선택권을 보장해 주고 있다고 한다.

복지예산으로 책정한 일정액의 돈을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장애인에게 직접 지원해서, 장애인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보조 파견 기관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수용시설 대신 지역사회에서 살지 말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주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이런 직접지원을 통해 장애인이 비굴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장애인 자기결정권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실정에 놓여 있다.

차라리 장애인 당사자에게 줘라!

정부는 장애인의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고 장애인 당사자 대신 장애인수용시설 시설장에게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또 장애인 대신 복지관에 돈을 주고 있다. 민감한 얘기이긴 하지만 고용문제도 장애인에게 직접 비용을 지원해 자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효율적일 텐데 장애인 대신 고용촉진공단이라는 기관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예들은 한 마디로 말해서 정부의 장애인 정책에 장애인 당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장애인들을 못 믿기 때문인지, 아니면 장애인들을 철저하게 무시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아무래도 후자 쪽 이겠지만, 모두 모아보면 천문학적인 액수인 장애인 복지 예산의 집행 과정에 정작 당사자인 장애인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장애인의 존재 자체를 무시해도 될 정도로 장애인들이 무지하고 비천한 존재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장애인들이 무시당하는 일차적인 원인은 장애인들이 자기 몫 찾기에 소홀하고, 지금 이 정부와 사회를 상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걸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장애인 복지는 장애인들이 주인이 돼서 장애인들로 하여금 말하게 해야 하고, 장애인들로 하여금 돈을 쓰게 해야 하고, 장애인들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다른 누구도 아닌 장애인들이 주체가 돼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만약 장애인들이 힘이 없어서 스스로 사회를 바꿀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장애인연금으로 월 1백만 원 이상을 주겠다는 정당을 지지하고 그 정당이 집권당이 될 수 있도록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장애인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고, 장애인을 복지의 주체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한 표를 모을 수 없고, 집권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줘야 한다.

이룰 수 없고 가능하지 않은 꿈을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정말 화가 나는 건 경제가 호황이었을 때 분명히 장애인 몫이 있었을 텐데 그 몫을 누가 챙겨 갔는가다. 그래놓고 이제 정부는 경제가 어렵고 다른 데 돈을 써야 한다며 생존의 위기에 몰린 장애인에게 껌 값 수준의 연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후안무치에 한마디로 질려 버렸다.

정부 얘기대로 부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가, 그렇더라도 장애인이 가만히 있으면 그 부가 절대 장애인에게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장애인들은 직시해야 한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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