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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감세 좀 하지마라

[편집장 칼럼] 장애인 외면 정책, 결국 제2의 김순석 씨 사태 불러일으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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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불길한 어떤 예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장애인들이 받을 수 있는 건 매년 기초생활수급비 2-3만원 올려 받는 게 전부일지 모른다.

혹시나 기대했던 장애인연금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낮 백일몽이 되어 버렸다. 찔끔 장애인연금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노동시장에서 배척당해 다른 생계수단을 찾기 힘든 장애인 입장에서는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지금 정부는 장애인 복지에 쓸 돈이 없다. 부자들에 대한 감세로 인해 곳간에 채워놓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경제학자들은 매년 감세 금액을 20조원으로 잡고 있다. 이 금액이 정확한지 여부는 둘째 치자. 분명한 건 지금 한두 푼이 아닌, 장애인 입장에서 도무지 가늠할 수 없고 상상이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부자들에 대한 감세가 이뤄지고 있고, 이 감세가 장애인들의 목을 심하게 옥죄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도 아는 사실이지만 감세는 필연적으로 장애인 복지의 축소를 가져온다. 그리고 감세로 인한 장애인 복지 축소는 닥쳐올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지금 지역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지방자치단체가 활동보조인 지원서비스에 쓸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역은 왜 복지에 쓸 돈이 없나,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언급해 보면, 이전 정권 때 장애인 복지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면서 정권이 내민 당근은 다름 아닌 분권교부세를 지역에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분권교부세는 사실상 부자들의 고가 부동산에 매긴 부동산 세금이었다. 말하자면 고가 부동산을 소유한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해 서 이 세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지역 복지에 쓰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정권이 들어서면서 감세 정책으로 인해 분권교부세가 유명무실해져버렸다. 그에 따라 지역 장애인 복지에 쓸 재원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는 장애인 복지의 책임을 지역에 떠넘기는 기만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장애인 복지에 쓸 돈은 없는데 책임만 떠맡게 된 지역은 장애인들이 아무리 울며 보채도 냉정하게 장애인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정부가 이런 지역 장애인 복지 실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좋게 이해하면 돈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해서 아래에 있는 장애인들이 부자들이 흘린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으라는 배려일 것이다.

하지만 부자들이 하는 짓을 봐라. 한 예로 부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울 강남구는 강남공화국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다른 시설도 아닌 동 주민센터 하나 짓는 데에 900억 가까운 돈을 쓰겠다며 흥청만청 돈 자랑을 해대고 있다.

여론의 따가운 비판에도 강남구는 우리 돈 들여서 짓는다는 데 누가 뭐래느냐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대신 분명 강남구에도 생계를 걱정하는 저소득 장애인들이 적지 않게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 남는 돈으로 수당을 더 준다든지, 구 예산으로 일자리를 마련해 줘서, 강남구에 사는 장애인들이 생계에 대한 걱정을 덜고 있다는 소식은 없다.

세금을 감면받아 혜택을 누리는 부자들의 실상이 이렇다. 실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부자들에 대한 감세를 고집하려 한다면, 처연한 심정으로 하나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 방법이 있다면 감세를 공개적으로 들먹이지 말고 소리소문 없이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라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감세 때문에 사는 게 힘들다고 절망하지 않게 배려해 달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게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장애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일 것이다.

찬바람이 부는 요즘 문득 생각나는 장애인이 있다. 지난 80년대 초, 시장님 왜 우리는 길거리의 보도 턱 때문에 절망해야 합니까, 라고 절규하며 스스로 목숨을 버린 김순석 씨다. 분명한 건 지금처럼 감세로 인해 장애인 복지가 축소되고, 그로 인해 장애인들이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조만간 생계에 대한 걱정과 희망 없음으로 인해 김순석 씨 처럼 절규하며 목숨을 버리는 장애인들을 목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존재 이유는, 그리고 역할은 부자에게 세금을 거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이 너무도 평범한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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