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된 일본, 드디어 장애인자립지원법 개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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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제법 선선해졌지요? 얼마 전 매서운 태풍이 일본열도를 한 차례 휩쓴 뒤, 계절의 변화가 완연하지만, 일본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답니다. 바람이 부는 정도가 아니라 땅을 뒤흔드는 변화의 기운이 들끓어 오른 거지요. 뭐냐고요?
그것은 바로 지난 8월 30일, 총선거에서 자민당이라는 여당이 참패를 하고 민주당이라는 야당이 압승하여 새롭게 정권이 바뀐 것인데요. 9월 16일 신정권이 출범되어 한 달이 지난 지금, 여론조사로는 70%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요. 저희들도 군사독재의 기나긴 시절을 참고 견디며 민주정권을 쟁취하는 시대의 변화를 체험했잖아요?
물론 정치적·시민적 풍토도 다른 이 일본에서 투쟁이라든가 쟁취라는 적극적인 국민운동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자민당이 발족된 이후 현대사 안에 아주 짧은 기간(호소카와 정권이라고 하는 연립정권)을 빼고는 50년간 정권을 독차지해왔기 때문에 이번의 정권교체는 정말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대요.
그런데, 일본의 정권교체라고 해도 한국과는 제도가 다르니 이해가 잘 안 가시지요. 아주 간단히 일본의 정치제도를 소개해보면요. 한국은 대통령중심제이지만 일본은 의원내각제예요. 한국에서는 5년에 한 번 국민들이 자신의 손으로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지만 일본에서는 각 정당에서 출마한 국회의원을 뽑고, 다수를 차지하는 정당의 대표자가 수상으로 선출되는 간접선거입니다.
선거제도가 좀 복잡한데, 정말 맛보기만 얘기해 보면 중의원·참의원 양의원제이고, 참의원 242명·중의원 480명으로 되어 있어요. 참의원은 임기가 6년이지만 의원수를 반으로 나눠 3년에 한 번씩 임기가 만료된 의원들의 선거를 치러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총선거라고 불리는 중의원인데요. 중의원은 수도 더 많고 실질적인 권한이 더 크지요. 중의원의 임기는 4년이지만 수상의 권한에 의해 언제든지 해산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선거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거리를 보면 언제나 정당포스터가 붙어 있어요. 정국 사안이나 정책이 엇갈릴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국민의 신임을 묻는 선거를 치뤄 정당성을 입증하므로, 그에 따른 선거를 항상 대비하고 있는 겁니다.
50년만의 정권교체...급변하는 일본사회
그런데 지난 8월30일의 선거가 바로 그 중의원을 뽑는 총선거였고, 이미 참의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 민주당이 중의원 480 의석 중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 308명이 뽑혀 드디어 정권을 따내게 된 것이에요. (그중 장애인은 없답니다)
제가 일본에 와서 살면서 선거하는 모습을 몇 차례나 봐왔지만, 정말 이번은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았어요. 그동안은 정말 보기만 해도 답답하더라고요.
사실 저희 외국인에게는 선거권이 없거든요. 일본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재일동포들은 일본사람들과 똑같이 세금도 내고 의무를 짊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정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는 물론이고, 지방참정권도 없어요. 그런데 정작 선거권을 가지고 있는 일본사람들은 정치가 이상하다고, 나라 일을 맡은 사람들이 한심하다고 비판은 하면서도 정작 선거를 해도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거예요.
50년 집권당인 자민당 의원이 자신의 선거지역구를 아들이나 딸에게 물려주면 다음에는 그 아들·딸에게 의원을 세습하고, 수상은 집권정당의 파벌 힘에 좌우되어 은근슬쩍 정해지고. 정말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싶더라고요. 한국의 민중들이 피 흘리며 쟁취해낸 직접선거와 변혁의 현대사와 비교해보면, 정말 일본이라는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는지 의심스러웠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자기들 손으로 정권을 맡길 정당을 뽑고 수상이 될 대표를 선임한 것이에요. 왠지 모르게 한국의 정권교체의 되새기며 저까지 마음이 뜨거워지더라고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침묵하고 있던 국민들이 변화를 요구하게 된 것은 그야말로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고통스런 외침인 것 같아요.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비명인 거지요. 민주당이 정권교체는 실현했지만, 그들이 내세운 공약 ‘국민의 생활이 제일’이라는 경제를 회복시키고, 육아나 교육·고용정책의 충실 등의 약속을 실천해 나가기 위해서는 ‘산 넘어 산’이요, 기대와 불안이 교차되는 가운데의 출발이에요. 그간 후퇴되어 온 복지정책, 고령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따뜻한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말은 항상 뒤로 밀려져 온 것이 사실이잖아요.
장애인자립지원법 개정 기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특히 장애 운동 쪽에서는 그간 비난이 높았던 「장애인자립지원법」의 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도 아주 높답니다. 여러 큼직큼직한 사안에 눌려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정권의 후생복지부장관은 「장애인자립지원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어요. 하지만 산적된 과제와 침체된 경기, 막중한 국채 등 재정이 부족하여 언제부터 실행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그러기에 장애인의 목소리가 뒤로 밀려나 있지 않도록 이 제도의 개정에 대한 요구와 운동이 한층 더 필요하고 그를 위한 힘을 모아야 할 시기인 것 같은데요. 그 움직임의 하나로 전국의 장애인운동단체들이 연합하여 2004년부터 전국대행동을 벌여왔고, 이번 10월 29, 30일에도 「장애인자립지원법」 개정을 위한 전국집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름하여 ‘잘 가라, 장애인자립지원법. 만들자, 우리들의 새로운 법을 - 10.30 전국대포럼’이 열리게 됩니다.
최근 일본사람들은 한국의 장애인운동을 보면서 그 행동하는 힘을 부러워했어요. 30년 전 선배들이 투쟁을 통해 따낸 제도 안에 안주하며 행동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안타까워했어요.
물론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사람들도 있고 싸워 온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그것이 대중적인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실천력을 가질 수 있도록 키워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더 많은 장애 당사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가 바탕이 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한 벅찬 산고를 겪어야 할 테니까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라고, 되풀이해 들려주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말이에요.
글 변미양 지체장애인, 재일동포와 결혼해서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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