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는 막내 동생, 음성인식 환경제어장치 > 대학생 기자단


말 잘 듣는 막내 동생, 음성인식 환경제어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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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TV가 처음 보급되기 시작했던 1970~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막내들이 공감하는 것이 있다면 인간 리모콘으로 유년기를 보냈다는 기억이다. 형님들 어르신들과 함께 방에 앉아서 TV를 보다가 “막내야 채널 좀 돌려라”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TV 앞으로 다가가서 드르륵 로터리 스위치를 돌리던 기억. 어쩌면 무선 리모콘을 개발한 사람은 이런 움직임을 귀찮아했던 막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히 귀찮은 문제가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귀차니즘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제품이 장애인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음성명령을 인식해서 TV의 채널과 볼륨 스위치를 돌리던 막내를 대신해서 온 집안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는 기특한 동생이 있으니 이름하여 환경제어장치라고 불린다.

   
▲ 미국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환경제어장치 중 하나인 멀티미디어 맥스를 사용하고 있는 아담의 모습
환경제어장치라는 용어는 보조기구라기보다는 건물에 냉난방이나 습도와 같은 생활환경을 조절해주는 장치의 느낌을 준다. 영어로 environmental control units을 주로 환경제어장치라고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어감에서 떠오르는 에어컨이나 히터와 같은 냉난방 기구의 조절은 물론 조명이나 창문, 출입문, 커튼이나 블라인드, 심지어는 TV나 오디오와 같은 가전제품이나 전동침대의 작동 같은 것들도 통합적으로 조종할 수가 있는 제품을 통칭한다. 환경제어장치가 기기의 성격을 강조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사용자 관점에서의 용도를 더 부각시키는 전자식 일상생활 보조기구(electronic aids to daily living)라는 용어로 지칭되기도 한다.

환경제어장치는 경추손상이나 근육장애처럼 중증의 장애로 인해서 신체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에게 활용할 때 그 값어치가 눈부신 빛을 발한다.

미국에서 활용되고 있는 “멀티미디어 맥스(Multimedia Max, 이하 맥스)”라고 하는 컴퓨터 기반의 환경제어장치는 집안 내에 각종 전기 스위치와 적외선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가전제품, 출력 장치를 부착한 출입문의 개폐나 방범 카메라의 작동, 그리고 전화기 제어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통합 환경제어장치이다.

맥스는 컴퓨터를 기반으로 활용되는 장치이기 때문에 컴퓨터에 설치하는 소프트웨어와 최종 목표물을 제어하는 동장 출력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멀티미디어 맥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맥스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줄도 알고, 사용자에게 화면과 음성으로 대답을 하기도 한다. 맥스를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작동시켜야 한다. 컴퓨터를 켜고 맥스 소프트웨어를 실행시키는 것까지는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맥스 자체가 신체 활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제품이기 때문에 음성인식 프로그램인 드래곤 내추럴리 스피킹(dragon naturally speaking)이 포함되어 있어서 컴퓨터의 작동과 프로그램의 실행, 맥스 프로그램의 사용이 모두 음성 명령으로 가능하다.

   
▲ 맥스
   
▲ 맥스
   
▲ 맥스
실행되면 컴퓨터 화면에 집안, 혹은 집 전경의 사진이나 그림이 보이고, 원하는 구역을 선택할 수 있는 메뉴버튼들이 보인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서 배경그림은 자기집 사진을 찍어서 교체할 수도 있다.

집 전경이 그림으로 보이는 맥스 프로그램 메뉴가 실행되고 나면 기기 작동을 원하는 구역을 선택한다. 현재 본인이 있는 방을 침실이라고 가정하면 침실을 선택할 것인지, 혹은 주방에 있는 기기를 제어할 것인지, 아니면 거실에 있는 TV를 제어할 것인지, 심지어는 주차장에 설치된 CCTV를 모니터로 볼 것인지를 결정한 후에 원하는 조작대상 기구가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다. 본인의 침실을 선택하고 나면 화면의 그림이 침실의 방 모양이 바뀐다. 그림에는 천장의 전등불도 보이고, 침대 곁에 스탠드도 보이고, 전동침대의 그림이 나타난다. 이 중에 작동을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고 메뉴를 조작하면 된다.

예를 들어서 전동침대의 상체부분을 올리고 싶으면 Head up 메뉴를 선택하는 것으로 침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TV를 보고 싶으면 메뉴의 TV선택해서 on/off, 볼륨, 채널 조절과 같은 메뉴를 사용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동작출력장치가 연결된 방의 창문이나 커튼도 열고 닫고 작동을 시킬 수 있고, 전동침대의 스위치를 조작해서 몸을 일으켜 세우거나 다리 부위를 올렸다 내렸다하는 것과 같은 조절도 모두 컴퓨터로 제어할 수가 있다. 출입문이나 방문을 열고 닫거나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조작하는 것,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시키는 메뉴도 제어장치만 연결하면 가능해진다.

   
▲ 보조공학 맥스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똑똑한 맥스는 전화를 걸고 받는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 이미 컴퓨터와 연결된 스피커와 맥스에게 음성명령을 지시하기 위한 마이크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전화선을 연결하는 것만으로 모든 준비가 끝나있다. 전화 메뉴를 선택하고 전화를 걸기 원하는 번호를 불러서 명령을 내리면 컴퓨터가 전화를 걸어서 상대방과 핸즈프리 상태로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고, 반대로 전화가 걸려와서 벨이 울릴 때 전화 받기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걸려온 전화를 연결시켜준다. 중증장애인이 혼자 있을 때 위급한 상황에서 음성으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메뉴는 편리함을 넘어서 안전과 생명을 지켜줄 수도 있다.

똑똑한 보조기구 환경제어장치. 이 쯤 되면 ‘잘 키운 보조기구 하나 열 동생 안 부럽다’라고 말 할만하지 않을까?
작성자남세현 (한국장애인개발원 편의증진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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