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변화를 위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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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기저기서 후원을 받아서 사회운동을 하는 것에 지치기도 했고 모델이 될 만한 기업을 직접 운영하며 수익을 올려 그것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얘기했던 것이 사회적 기업이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대학로에서 극단을 운영하시는 분이 자신도 사회적 기업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전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비영리(Non-profit)’를 표방했던 많은 영역에서 ‘영리(Profit)’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왜일까요. 재정적으로 자립을 해야겠다는 현실적인 필요도 있었겠지만, 영리를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이나 수단이 정당하다면 영리는 오히려 유익한 것이라는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장애인계에서도 사회적 기업에 관한 논의가 한창인 것 같습니다. 기존의 직업재활시설과 비교하며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거나, 특히 사회적 기업이 장애분야에 제대로 장착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여러 요소들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장애인들이 ‘일의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일 터인데, 장애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그 내용은 차이가 있겠지만, ‘일’은 장애인에게 경제적 자립의 수단이기도 하고 사회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며 사회화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헌법은 제32조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근로의 권리란 헌법의 명문에도 있듯이 ‘모든 국민’의 권리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근로의 권리란 인간이 자신의 의사와 능력에 따라 근로관계를 형성하고, 타인의 방해를 받음이 없이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며, 근로의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국가에 대하여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고, 이러한 근로의 권리는 생활의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활수단을 확보해 주고 나아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 주는 기본권이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헌재 2008. 9. 25. 선고 2005헌마586).
장애인의 근로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법률에서는 여러 제도들을 만들어 놓았는데,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인복지시설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직업이나 직종의 선택에 한계가 있고, 장애인의 역할도 단순하며, 시설도 열악한 경우가 많습니다.
경쟁고용으로의 전환이나 저임금, 판로, 운영방식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직업재활시설을 통해 장애인의 근로의 권리를 실현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해 보입니다. 의무고용제도 있습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의무고용제를 규정하고 있는데, 최근 개정으로 중증장애인의 2배수 고용제가 도입되었고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의무고용률이 2%에서 3%로 상향조정되었습니다.
또한 시행령의 개정으로 민간기업의 부담금 산정시 적용되는 의무고용률은 2010년부터 연차적으로 상향조정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법률이 원하는 만큼 따라와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2008년을 기준으로 민간기업의 고용률은 1.72%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의무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고, 중증장애인의 취업률은 17.8%에 불과하여 여전히 경증장애인이 우선 취업되고 있으며, 특히 공공기관의 중증비율은 11.1%로 민간기업의 18.2%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사회적 기업이 장애인 분야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것일까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 받으면 사회적 기업의 운영에 필요한 전문적인 자문 및 정보 제공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부지구입비, 시설비, 근로자 인건비 등을 융자받거나 지원받을 수 있고, 국, 공유지를 임대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보면 솔깃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의 인증이라는 넘어야 하는 산이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 의하면, 일정한 조직형태를 갖추어야 하고, 유급 근로자를 고용하여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해야 하며, 주된 목적이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하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구조를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영업활동을 통하여 얻는 수입이 총 노무비의 30% 이상이어야 하고, 정관이나 규약 등을 갖추어야 하며, 이윤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법률의 제 개정이나 최근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논의를 보면 뭔가 흐름이 있어 보입니다. 장애인 근로시설이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것을 단지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한 것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흐름이란 바로 ‘자립’과 ‘사회통합’입니다. ‘기업’이라는 틀을 통해서 단순한 재정지원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시간도 좀 필요해 보입니다. 장애인 분야에 맞는 독자적인 사회적 기업의 인증방법을 도입하자는 논의도 있으나, 독자적인 인증 방법에 대한 논의보다는 어떻게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인증을 획득하도록 도울 것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며,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인증이 어려운 기업이라면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의 ‘장애인기업’의 범위를 확대하여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년 말 경영전략분야의 대가인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내한하여 강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강연의 요지는 경쟁은 맞붙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독창성을 찾는 것이며, 전략이란 비교우위와 차별화라는 것이었습니다.
장애인 분야에서 사회적 기업을 하려고 하는 분이라면 한번 새겨 볼만한 내용입니다. ‘기업’을 한다는 것은 나름의 효용이 있습니다. 수익을 올리려면 끊임없이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에 익숙하던 체질이 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경쟁’이라는 장에 뛰어드는 것은 자기변혁의 아픔을 견디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법률은 이제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격려하며 ‘공정한 출발’과 ‘합리적 경쟁’을 도와야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이제 그 성격이 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이 시설의 한계를 넘어 일반 기업과 경쟁하는 제도를, 중증장애인이 자신이 만든 상품이 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을 볼 수 있는 제도를 기대해 봅니다.
작성자조원희 (변호사, 태평양 법무법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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