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축소와 장애인차별금지법 1단계 의무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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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가 장차법의 1단계 의무사항이 4월11일부터 발효돼서 시행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 날부터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3백 명 이상이 고용된 대형 사업장은 장애인 직원에게 각종 보조기구와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신설·증설·개축하는 모든 공공건물과 공중이용시설, 아파트 등은 장애인이 다니기 편하게 출입구를 정비하고 장애인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게 주요내용이다.
이 같은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곳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권고를 하게 되며, 인권위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무부가 시정명령을 하게 되고, 시정 명령마저 이행하지 않으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게 된다는 것이 복지부 방침이다.
그런데 거꾸로 장차법 시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조직 축소의 가혹한 운명을 맞고 있다. 정부는 인권위 조직과 인원을 축소해서 현 208명인 인권위 인원을 164명으로 축소시키겠다는 방침을 밀어 붙였다.
시민단체와 장애인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인권위 축소 방침은 정부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인권위 조직 축소는 이제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의도했던 안 했던 정부가 인권위 조직을 축소하면서 국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막 꽃피우기 시작한 인권이란 나무에 더 이상 물을 안 주겠다는 것이다.
범위를 좁혀서 장애인 입장에서 인권위 축소 방침을 바라보면, 정부가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장애인 인권, 나아가 장차법도 더 이상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단정 지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인권위의 역할에 대해, 특히 장애인 인권 확보에서의 인권위 역할에 대해 여러 가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나는 유감스럽지만 인권위가 장애인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차별을 근절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쪽에 서 있다.
나는 인권위가 차별 시정을 명령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 차별에서 인권위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장애인 차별에서 인권위 역할은, 소극적으로 비쳐질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 무엇이 장애인 차별인지를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그것을 언론을 통해 공표한 다음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차별 기록이 쌓이고 또 쌓이면, 차별 사례가 밑받침이 되어 언젠가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차별이 완전히 근절되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한계가 있지만 인권위의 현재 역할 만으로도 인권위의 존재가 무척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 방침대로 인권위가 축소되어 버리면, 이런 무엇이 장애인 차별인지를 적극적으로 규명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인권위가 장애인 차별시정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 조차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닌 것은 한 예로 인권위에서 장애인 차별을 담당하는 부서가 인원이 부족해서 작년에 접수된 장애인 차별 진정 사건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발표한 장차법의 1단계 의무사항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이어질 2단계 3단계 장차법 의무사항은 또 어떻게 시행을 담보할 것인지, 답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이참에 정부는 장차법을 제대로 시행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장차법을 하나의 사문화된 법으로 남겨두겠다는 건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시기가 묘하다. 작년 장차법 시행 후 1년여의 유예기간을 거쳐 마침내 장차법이 우리 사회 장애인 차별 현장에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시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인권위는 비틀거리고 있다.
장차법의 1단계 의무사항만 지켜진다고 해도 감시해야 할 3백인 이상 기업은 얼마나 많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부처는 또 얼마나 많은가, 장애인 차별 시정 기구를 별도로 만들던지, 아니면 차선책으로 인권위 인원을 대폭 증원하지 않는 한 장차법의 1단계 의무사항은 립서비스에 그치는, 절대 지켜지지 않는 사문화된 지침에 그치고 말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 날부터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3백 명 이상이 고용된 대형 사업장은 장애인 직원에게 각종 보조기구와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신설·증설·개축하는 모든 공공건물과 공중이용시설, 아파트 등은 장애인이 다니기 편하게 출입구를 정비하고 장애인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게 주요내용이다.
이 같은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곳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권고를 하게 되며, 인권위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무부가 시정명령을 하게 되고, 시정 명령마저 이행하지 않으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게 된다는 것이 복지부 방침이다.
그런데 거꾸로 장차법 시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조직 축소의 가혹한 운명을 맞고 있다. 정부는 인권위 조직과 인원을 축소해서 현 208명인 인권위 인원을 164명으로 축소시키겠다는 방침을 밀어 붙였다.
시민단체와 장애인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인권위 축소 방침은 정부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인권위 조직 축소는 이제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 ⓒ전진호 기자 |
바로 막 꽃피우기 시작한 인권이란 나무에 더 이상 물을 안 주겠다는 것이다.
범위를 좁혀서 장애인 입장에서 인권위 축소 방침을 바라보면, 정부가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장애인 인권, 나아가 장차법도 더 이상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단정 지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인권위의 역할에 대해, 특히 장애인 인권 확보에서의 인권위 역할에 대해 여러 가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 나는 유감스럽지만 인권위가 장애인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차별을 근절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쪽에 서 있다.
나는 인권위가 차별 시정을 명령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 차별에서 인권위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장애인 차별에서 인권위 역할은, 소극적으로 비쳐질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 무엇이 장애인 차별인지를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그것을 언론을 통해 공표한 다음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차별 기록이 쌓이고 또 쌓이면, 차별 사례가 밑받침이 되어 언젠가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차별이 완전히 근절되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한계가 있지만 인권위의 현재 역할 만으로도 인권위의 존재가 무척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 방침대로 인권위가 축소되어 버리면, 이런 무엇이 장애인 차별인지를 적극적으로 규명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인권위가 장애인 차별시정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 조차 불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런 우려가 기우가 아닌 것은 한 예로 인권위에서 장애인 차별을 담당하는 부서가 인원이 부족해서 작년에 접수된 장애인 차별 진정 사건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발표한 장차법의 1단계 의무사항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이어질 2단계 3단계 장차법 의무사항은 또 어떻게 시행을 담보할 것인지, 답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이참에 정부는 장차법을 제대로 시행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장차법을 하나의 사문화된 법으로 남겨두겠다는 건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시기가 묘하다. 작년 장차법 시행 후 1년여의 유예기간을 거쳐 마침내 장차법이 우리 사회 장애인 차별 현장에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시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인권위는 비틀거리고 있다.
장차법의 1단계 의무사항만 지켜진다고 해도 감시해야 할 3백인 이상 기업은 얼마나 많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부처는 또 얼마나 많은가, 장애인 차별 시정 기구를 별도로 만들던지, 아니면 차선책으로 인권위 인원을 대폭 증원하지 않는 한 장차법의 1단계 의무사항은 립서비스에 그치는, 절대 지켜지지 않는 사문화된 지침에 그치고 말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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