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자를 버스에 태우면 어떻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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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팀 |
그동안은 딸 내외가 자동차로 바래다주었지만 오늘은 딸에게 사정이 생겨 아내와 함께 병원을 가는 것이었다.
이씨는 병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렸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조심조심 아내의 손을 잡고 버스를 오르던 이씨,
그러나 곧바로 버스기사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술을 드시고 버스를 타면 어떻해요?"
이씨는 깜짝 놀라 버스기사를 쳐다보았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버스기사가 이씨를 노려보고 있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스럽기도 해서 서둘러 버스를 올라타려고 몸을 움직여 보지만 버스 출입문에 연결된 계단은 이씨가 오르기에는 너무 높았다. 이씨를 부촉해주던 아내가 힘이 부쳤는지 버스기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저 기사양반 제 남편이 거동이 불편해서 그러는데, 조금만 도와주시지요."
버스기사가 볼멘소리를 해가며 괜히 한소리 하는 걸 들어야 겨우 타겠거니 하고 생각하면서 이씨는 버스기사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버스 기사는 자기를 도와주기는커녕 아까보다도 더 일그러진 표정으로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아니, 정신병자를 버스에 태우면 어떻게 합니까? 어서 내리세요."
아내는 버스기사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잠시 버스기사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겨우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상황을 설명했다.
"저기, 제 남편은 정신병자가 아니고 원래 몸이 불편한거구요. 술을 마셔서 그런 것도 아니고 단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느라고 그러는 것뿐이에요."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고 얼마 후 버스 안에 있던 한 젊은이가 버스에서 내려오더니 이씨를 부축해서 버스에 올라오자 버스기사는 대뜸 젊은이에게 구박을 했다.
"아니 내가 태울 수 없다고 하는데... 네가 뭔데 부축해서 태우냐?"
버스에 어렵사리 올라탄 이씨는 버스기사의 말에 놀라 버스 안에서 넘어지고 말았고 아내는 그런 이씨를 부축해 버스에서 그냥 내려버렸다.
이번 사례는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뇌성마비 장애의 특징을 모르는데서 온 차별이다.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몸에 경직과 떨림이 있을 수 있고, 정신적 장애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이씨는 아무 일 없이 버스를 탈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흔히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겉모습만으로 술에 취한 사람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오해는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사회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과 어려움을 이해하고 편견을 허물 수 있는 노력들이 얼마나 절실한지 이번 사례를 보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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