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국회의원들이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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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18대 국회는 장애인이 가장 많이 진출한 국회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장애인을 비례대표 안정권에 배치했다. 민노당과 진
보신당은 여성장애인을 비례 1번에 배치해 상징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지역구에 출마한 장애인까지 더하면 18대 국회에서는 대략 네다섯 명의 장애인 국회의원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최소 네 명의 장애인이 장애인 몫이라는 전제가 붙어 국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 지난하게 진행되어 온 장애인 민권 운동의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또한 장애인 운동의 결실물인 것이다.
만약 장애인이 소외의 상태에서 가만히 있었으면 어느 정당도 장애인에게 눈길 한 번 돌리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 국회의원 탄생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가 녹아있는 장애인 운동의 산물
장애인들은 치열하게 싸워왔고, 그래서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딛고 서 있는 대지는 평탄한 땅이 아닌 장애인 대중의 한숨과 눈물, 분노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가 질퍽하게 녹아있는, 거칠고 험난한 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파심에서 한마디 더 덧붙인다면, 장애인 대표라는 타이틀이 붙어 국회에 들어간 이상 그 누구도 개인이 잘나서 국회의원이 됐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을 분명히 하면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명확해 진다.
그들은 18대 국회라는 중요한 공간에서 장애인들을 대신해서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늘 장애인 운동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그래서 이 땅의 장애인이 당면해 있는 절실한 문제인 차별과 빈곤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개인적으로 18대 국회를 전망해 보면, 이미「장애인차별금지법」까지 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법 제정 운동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장애인 국회의원들, 빈곤 장애인 생존권 문제 가장 큰 관심 가져야
18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법을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가 실용을 내세웠듯이, 장애 대중에게 실질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차별 해소와 빈곤대책이 마련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특히 지금 장애인 빈곤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정부는 복지비를 늘여서 지출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장애인들이 정부가 지급하는 생계비에 기대 살고 있는 현실을 부인하지 못한다면, 밑바닥 장애인들의 삶에서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18대 국회에 진출한 장애인 국회의원들은 우선적으로 빈곤 장애인들의 생존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장애인 연금이 장애인 생존권과 직결된다고 판단한다면, 말로만 장애인 연금을 얘기할 게 아니라 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해, 국회 앞마당에 자리를 펴놓고 집단으로 농성을 해서라도 연금 문제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이렇게 18대 국회에 진출하는 장애인 국회의원들에게 주문이 많은 것은, 상대적으로 기대가 높기 때문이다. 벌써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적을 둘 국회 내 상임위인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이하 복지위)가, 장애인 의원 수가 많기 때문에 국회 장애인위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 위원회에서 모든 장애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장애인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애계 밖에서는, 어느 계층도 이루지 못한, 계층 대표로 네다섯 명의 장애인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마침내 이 땅 장애인들의 소외가 끝났다는 성급한 진단까지 회자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바람이 하나의 착시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데, 장애 대중과 사회는 집단의 장애인 국회의원 탄생에 들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가진 자의 편에서면 장애인의 삶 제대로 해결할 수 없어
진심으로 같이 축하한다. 다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장애인 국회의원 수가 더 많아졌기 때문에 그에 따른 책임도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회 복지위는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한담이나 할 자리는 아니다. 어쨌든 신분이 바뀌어 국회라는 가진 자들 속에 속하면 바라보는 장애인 삶은 또 다를 터인데, 현장과 바닥 장애인 삶과의 시차를 얼마나 좁혀서 장애인 문제를 고민하느냐가 향후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느냐 못하느냐의 관건이 될 것이다.
장애인 국회의원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명확해 진다. 그들은 18대 국회라는 중요한 공간에서 장애인들을 대신해서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늘 장애인 운동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그래서 이 땅의 장애인이 당면해 있는 절실한 문제인 차별과 빈곤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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