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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선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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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말 대선을 6개월여 앞두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 장애인 복지는 어떻게 될지 슬슬 걱정할 때가 됐다.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장애인 입장에서는 특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정권의 향배가 향후 장애인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변수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장애인들은 권리라고 표현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과연 정부의 지원 없이 어떤 장애인 복지가 가능한가. 결국 세금을 거둬 어디에 쓸 지 결정하는 것은 정부 몫이고, 정권을 잡은 통치자의 마음먹기에 따라 우선적인 정책 순위로 장애인 복지를 꼽으면 장애인 복지가 발전하는 것이고, 아니면 장애인 복지는 뒤로 쳐지고 낙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이고, 그래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장애인 입장에서는 연말 대선에서 어떤 정책적인 마인드를 가진 대통령이 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유력한 대선 주자들에게서는 장애인 복지에 대한 희망을 전혀 발견할 수 없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한결같이 분배 보다는 성장을 얘기하고, 작은 정부를 얘기하고 있으며, 세금 감면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이 성장보다 분배에 크게 치우쳐, 결과적으로 존재가 없는 잃어버린 10년이 되었고, 나라를 망쳤다고 비난하고 있다.

정치판의 정쟁에 끼어들어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거론된 분배 정책의 대상자로 꼽히는 장애인 입장에서 이런 주장이 억울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대선 주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과잉 분배 복지 정책이 시행됐다고 얘기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분배 정책으로 인해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장애인 삶이 크게 나아졌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굳이 변화를 꼽는다면 지난 10년 동안 장애인과 관련해서 몇 개의 법이 제정되고 전동휠체어가 보급되고 활동보조인 지원 제도가 시행되었다는 것 정도다. 말하자면 장애인 복지는 분배정책으로 인해 이뤄진 게 아니라, 이제 시작단계에 있다고 보아야 맞는 말인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 듣기에 따라서는 분배, 즉 복지의 확대는 이제 그만이고, 또 정부의 역할을 축소해서 궁극적으로는 복지도 시장에 맡겨 효율성을 추구하는 작은 정부를 만들어야 하며, 복지 재원인 세금을 적게 거둬 근본적으로 복지 확대가 전혀 가능하지 않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공약만 난무하고 있고, 소외계층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실종되고 없으니 장애인의 우려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대선주자들은 대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복지와 관련된 공약을 앞 다투어 쏟아낼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의 복지 공약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 예를 들어보면,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겠지만, 참여정부는 대선 때 정권을 잡으면 장애인에게 장애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채 노무현 정권은 임기 말을 맞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분배에 관심을 가진 정권이 이런데, 분배 보다는 성장을 주장하는 정권이 권력을 잡으면 장애인 복지는 어떻게 될 지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판을 보면 대선 주자들은 획기적인 장애인 복지정책을 내놓지도 않겠지만, 설령 내놓는다고 해도 지켜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장애인 복지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이 더 우울할 수밖에 없는 것은 거침없는 신자유주의 확대가 시간이 지날수록 공공성 부문의 축소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고, 단기적으로는 한미 FTA 체결로 인해 농어민에 대한 보조금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결국 덩치가 커진 복지비용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가 증대되면서, 그로 인해 장애인 복지는 확대보다는 현상유지 또는 축소의 길을 밟을 것이라는 상황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 봤을 때 유리한 상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가운데서 장애인들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다. 분명한 것은 장애인이 민간을 대상으로 복지를 증대하라고 시위를 벌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그나마 복지에 관심 있는 정부가 존재해야 그 정부를 상대로 시위가 됐건 뭐가 됐건 압박해서 복지를 쟁취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연말 대선을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로 여기고, 지금부터 대선에서 누구를 선택할 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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