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리더십, 우리 안의 권위주의에 대해 투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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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칼럼을 쓰고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운다는 함께걸음 편집진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다시 아랫배에 힘을 주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변(辯)을 본 지 오래되어 딱딱하게 굳어 제대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지난번에 보다 만 변을 마저 봐야겠다. 리더십의 문제, 즉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을 운영하는 윗대가리들과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따까리들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6월 1일부로 ‘관악사회복지’라는 10년이 넘은 지역복지운동단체에서 상근을 하게 되었다. 장애인의 교육과 문화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었지만 당장에 돈도, 사람도 없는 상태라 일단은 기존의 안정적인 단체에 인큐베이팅을 의뢰하였고, ‘기나긴 논의’ 끝에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이곳에 상근을 하게 되기까지 상근 제의(사무국장 면담) - 사무국 활동가 집단면담 - 운영위원회 결정 - 이사회 결정 - 이사장 최종 면접에 이르는 3개월 이상의 논의과정을 거쳤다.
물론 내가 상근하는 것이 기존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모자란 인원을 충원하는 것이 아니라, 총회에서 의결된 사업 외의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업(관악사회복지는 직접적인 장애인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기에 더욱 신중했을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의 민주성은 내게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더욱이 상근 이후 몇 차례의 회의에 참여하면서 이 조직이 10여년을 이어오며 건강함을 유지해온 이유를 대강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이사장은 상근이 아니기 때문에 중요 결정사항이 아니면 사무국에 운영을 일임한 체제다. 상근자는 각자 자신이 맡은 사업이 있고, 서로 간에 그 사업을 지원하는 형식을 띠는데, 전체가 하는 일, 즉 사무국회의 주재, 뉴스레터 발송, 월간활동평가 등은 사무국장 혼자 도맡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국 성원이 돌아가며 담당한다. 또 정책공부모임이라 하여 각자가 맡고 있는 분야의 이슈를 월 1회 전체 성원이 나누는 자리도 가진다.
그러다 보니 각자가 조직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무언가 하려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나이나 활동 경험의 많고 적음 등에 의한 위계관계로 그 적극성이 저해된다거나 하는 것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물론 아직 처음이라 이런 형태의 조직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요즘 나는 거의 매일 크고 작은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거쳐 왔던 장애인단체들의 경우에는 대표나 인사결정권자와의 면담에서 바로 결정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같이 일하게 되는 활동가들과는 첫 출근이 되어서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구성원들 서로를 이해하는데, 특히 대표와의 성향차이와 조율가능성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끝내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틀어져버리곤 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에서는 해당 업무에 대한 능력이 있고 기업의 대표나 조직에 순응하는 직원을 선호한다. 직원에게 있어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은 ‘옵션’이지 ‘필수’는 아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경영에 간섭하는 직원을 사장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80~90년대의 소위 운동사회는 입장과 요구가 단순명료했던 시기이기 때문에 강력한 주도력을 가지고 대중을 선도하는 것이 리더의 덕목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단체도 일반 기업처럼 해당 사업에 대한 추진력과 리더의 주도력에 순응하는 활동가를 선호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따라 다양한 영역과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가 매우 복잡하게 얽힌 상태로 표출되는 현재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조금 다르다. 강력한 지도력은 독단과 독선으로 흐를 수 있으며 리더의 주도력에 순응하는 활동가는 관료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
내가 예전에 있던 모 단체에서는 활동가들이 사석에서는 다들 나의 주장에 동조하다가 회의만 거치면 대표의 뜻대로 모든 것이 결정 나는 구조였는데, 결과적으로 그 조직은 형식적인 안정은 되었지만 그 대표가 물러난 현재 딱히 어떤 내용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속적인 내분을 겪고 있다.
또 다른 한 단체는 사무국 활동가가 대표의 호통과 잔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려 스트레스성 위염에 시달리기까지 한 경우도 있었다. 그 단체는 대표의 그러한 카리스마(?)에 의해 어느 정도 유지해가고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시민단체들보다 훨씬 높은 활동가들의 이직률 등의 문제가 있어 조직의 지속성 여부에 의문이 간다. 더 자세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앞으로도 어떤 사안에 있어서는 연대활동도 해야 하기에 감정의 문제로 치닫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의 리더십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주도하고, 지시하고, 조직하고, 관리하는 리더십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조율하고 청취하고, 인정하고, 지지할 줄 아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리더는 자신이 가진 기득권과 아집, 그리고 자신의 기준으로 새로운 활동가들을 평가하여 깎아내리려는 자세를 과감하게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새로운 활동가들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생각과 어떠한 비합리적 권위에 의한 탄압에도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과감함이 더욱 필요하다.
국가와 사회,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투쟁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 안에 찌들어 있는 권위 없는 권위주의에 대한 내부투쟁도 필요하다. 끊임없는 자기혁신(개인이건 단체건)만이 올바른 사회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
작성자김주현(관악사회복지 장애인활동지원팀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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