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법 수급자가 되기를 권하는 사회 > 대학생 기자단


기생법 수급자가 되기를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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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어렵다보니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표현이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주로 공기업 취업을 가리키는 것 같은데, 교사 등 공무원 직도 신이 내린 직장에 포함되는 것이 요즘의 씁쓸한 세태다. 그런데 신이 내린 직장에 비교할 대상 자체가 되지 않지만 많은 장애인들이 강하게 열망하는 직장 아닌 신분이 있다. 바로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지정이다.

현재 왜 많은 장애인들이 기생법 수급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우문에 속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 이 나라에서는 장애인이 기생법 수급자가 되어야 그나마 정부에서 주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면, 장애인들의 상담전화 상당수는 장애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장애인들이 기생법 수급자가 아니면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낙담하고 있다. 수당뿐만 아니라 활동보조인 지원제도도 기생법 수급자가 아니면, 장애가 꼬박 누워 지내야만 하는 최중증이어도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장애인들은 수급자가 되기 위해 호적을 파고, 편법으로 주민등록을 옮기는 등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하며 그야말로 기를 쓰고 있는 것이 장애인들의 현실인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장애인들이 왜 기생법 수급자를 선호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좀 더 언급해 보면, 장애인들은 단지 몇 가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생법 수급자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생법 수급자가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이 이유가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진실일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분명해 보이는 것은 정부와 사회도 장애인이 기생법 수급자가 되는 것을 매우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장애인에게 비장애인에 비해 까다롭지 않은 조건으로 수급자 자격을 부여하면서, 기생법 수급자로서의 편입을 적극 유도하고 있고, 또 기생법 수급자 장애인에게만 주는 혜택을 오히려 더 강화함으로써 장애인에게 살아남으려면 어서 하루속히 기생법 수급자가 되라고 부추기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래서 기생법 수급자 장애인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기생법 수급자 신분을 벗어나는 장애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삶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생법 수급자를 선택한 장애인에게는 안된 얘기지만,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장애인에게 기생법 수급자는 달콤한 쥐약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장애인이 한 번 기생법 수급자가 되면 수급자 신분을 벗어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애인이 기생법 수급자가 되면 삶이 나아지나, 절대 그렇지 않다. 생계비 지원을 받아, 먹고는 살겠지만, 말 그대로 최소한의 삶뿐인 황량하고 처연한 삶만이 장애인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장애인 기생법 수급자는 소득규정 때문에 저축도 못하고, 취업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수급자라는 외줄을 타고 위태위태하게 삶을 지탱할 수 있을 뿐인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기생법 수급자 장애인에게만 여러 가지 더 많은 혜택을 준다지만 따져보면 사실 혜택도 장애인이 수급자로 살고, 머무는데 도움을 줄 뿐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

그럼에도 장애인들은 막막한 현실에서 삶의 돌파구로써 기생법 수급자가 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상태로 가면 결국 정부의 장애인 정책 근간이라는, 사회참여와 통합 정책은 사실상 그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헛구호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고, 더 심각한 점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날 복지비에 필연적으로 정부 재정에 빨간 신호등이 켜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세금을 내는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장애인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우에 그쳤으면 좋겠지만, 이상태로라면 조만간 우리는 사회 최하층에 무리지어 있는 거대한 장애인 계층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때 어떻게 할 것인가?

미처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닥치기 전에 정부와 사회 그리고 장애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강한 필요성이 있는데, 모든 장애인을 위한 보편적인 복지 확대 주장은 여전히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답답한 심정에 하는 얘기지만, 대책의 하나로 차라리 기생법 수급자에 주는 생계비를 고용보조금으로 전환해서 지급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봄직 하다. 장애인에게 살려면 기생법 수급자가 돼서 사회 최하층으로 전락하라고 하기 보다는 그나마 비장애인과 함께 사회 한 구석에서라도 숨을 쉬며 살 수 있게 배려해 주는 것이 보다 인간적인 장애인 정책이라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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