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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비상구가 폭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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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무례를 무릅쓰고, 밑바닥 삶을 사는 장애인들의 성향을 거칠게 분류해 보면 대략 다음 두 부류로 구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한 부류는 말 그대로 운명에 순응해서 체념하며 사는 장애인들이다. 이들은 전적으로 정부가 주는 생계비에 기대 삶을 이어가며, 더 많은 혜택을 갈구하고, 자신이 왜 가난하고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다. 모르긴 해도 아마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들 대다수가 이 부류에 속할 것이다.

같은 밑바닥 삶을 사는 장애인들이지만 또 다른 장애인들의 유형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비록 소수지만 장애로 인한 무거움에서 비롯된 가슴속 분노를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장애인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렵게 예를 들 필요 없이 거리에서 장애인들의 나은 삶을 위해 투쟁을 외치는 장애인들의 모습에서 아주 쉽게 분노의 형상화를 목격할 수 있다. 또 이들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이권에 불법 개입해서 물의를 일으키는 일부 장애인들의 행태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가슴속 분노 드러내기로 이해될 수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장애인들은 모두 순한 양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의 기대를 철저하게 저버리는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울산에서는 신축 아파트의 인테리어 사업권을 요구하며 폭력배와 결탁한 장애인 수십 명이 공사 현장에 난입해서 아파트 벽지를 찢어내고 타일과 유리창 등을 부수는 등 행패를 부려 장애인 5명이 경찰에 불구속된 사건이 벌어졌다. 천안·아산 지역에서도 역시 돈이 되는 인테리어 사업권 배정을 요구하며 지역 장애인 단체들이 아파트 공사 현장에 물리력을 동원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어 지역사회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일부지만 장애인들이 폭력 조직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행태에 대해 장애인 입장에서, 대다수 장애인들은 선량하게 살고 있는데 일부 장애인들이 물의를 일으킨다면서 장애인 인식에 먹칠을 하는 아주 나쁜 놈들이라고 규탄하고 넘어가면 속은 편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행태는 장애인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도 지탄을 받을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고 미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지탄을 받으면서도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장애인들의 잘못된 행태는 아파트 공사현장에 그치지 않고, 불법 야시장, 불법 철거현장, 그리고 불법 노점 등으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무엇이 장애인들을 폭력에 기대게 만드는가를 생각하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그 어떤 응어리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변명으로 비칠 수 있지만,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장애인들은 대개 주로 40대에서 60대의 장년층 장애인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장애인들도 세대구분이 가능하다면, 고용촉진법 제정 훨씬 이전 세대인 이들 장년층 장애인 세대는 배운 게 없고, 가진 게 없고, 주어진 일이 없는, 말 그대로 최악의 밑바닥 환경에서 겨우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폭력이 장애 때문에 아무 일도 주어지지 않고 사회적으로 무시당하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서 그래도 힘들어도 분노를 삼키고 사는 장애인들이 다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다 다르기 때문에 가슴속 분노를 참을 수 없는 장애인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해하려고 하면, 장애인이 극한의 상황에 몰려서 자포자기 상태에서 마지막 비상구로 폭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 안타까운 심정을, 비장애인은 몰라도 장애인 당사자들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분명한 현실은 어느모로보나 많은 장애인들이 절망의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장애인들의 절망스런 삶에 대한 해결책 없이 장애인들이 폭력배화 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할 수 있는 것일까,

결국 어쩔 수 없이 이 문제도 구조적인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만 답이 없는 문제, 장애인들은 떼를 쓰고, 걸핏하면 폭력을 행사해서 상종 못할 존재라는 사회적 인식이 널리 퍼져가고 있는데 그 악순환을 끊을 답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절망이 깊어서,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일부 지역 장애인 단체들이 급격하게 폭력조직화 하고 있다는 소문이 풍문에 실려 오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절대 아니다 라고 분명히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답은 뭔가?
누군가 해답을 제시해 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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