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의 세상보기] 세상을 등진 장애우들에게...
본문
당신이 세상을 등졌을 때 신문 한 귀퉁이에서는
“처지를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당신의 죽음을 적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처지길래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사람들은 깊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런 무정한 세상에 평생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해오다
사고로 장애우가 된 뒤 도저히 생계를 이어갈 힘이 없다는
짤막한 유서를 남겼더군요.
장애우의 몸으로 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또 다른 당신은
2백70만 원짜리 사글세방 방세를 올려줄 형편이 못되는 것을 비관해
부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일곱 살 딸아이를 남겨두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 먼 길을 떠났습니다.
24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또 다른 당신은
지병이 악화되자 가족들의 부담을 염려해
병을 낫기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거꾸로 목을 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당신들은 꽃 피는 봄날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도 보지 못한 채 스러져 갔고
세상은 당신들의 죽음을 망설이지 않고 망각 속에 묻어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당신, 단 한 사람만이라도 잛은 생애 장애우로 살면서
장애가 곧 고통인 세상에 살면서
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던 당신의 기억들
그 애달픈 눈물겨운 나날들의 편린들을
조금이나마 기억해주는 사람이 이다면
가시는 길이 그렇게 외롭지는 않겠지요.
당신의 모습들을 기억합니다.
기미한테는 아무렇지도 않은
턱과 계단에 절망해 세상을 등진 또 다른 당신의 모습
살기 위해 노점상으로 나섰다가 단속반들에게 쫓겨 쫓겨
막다른 골목에서 자신의 몸을 불사를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당신의 모습들
그 모습들을 아프게 기억하고 있답니다.
기억만으로 모자라 가슴에 꼭꼭 새겨놓고 있습니다.
지금 들판에는 긴 겨울의 어둠을 이겨내고 새싹들이 돋고 있는데
그래요, 들판의 새싹들처럼
언젠가는 당신에 대한 기억이 분노가 되어
당신을 스러지게 만들었던 세상의 장애우에 대한 차별
가난과 멸시를 한꺼번에 없앨 수 있는
그런 날이 반드시 올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 날이 오면 지금 당신이 본 암흑을
그때 장애우는 보지 않아도 되겠지요.
당신 장애우로 세상을 살면서 너무나 고생이 많았습니다.
이제 당신의 아픔일랑 훌훌 털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세요.
분노는 남겨진 사람들 몫으로 남겨두고...
*3월 한 달 동안 장애우 이동규 이재천 이영일 신용대 씨의 자살이 있었습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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