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의 세상보기] 태어날 때부터 실업자였던 김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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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사람이 직업을 갖고 있지 못하면 삶 자체가 벼랑 끝에 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누가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최근의 실업 문제가 심각한 양상을 띠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실업이 곧 삶의 위기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이 시대, 우리는 실업문제보다 더 심각하고 가슴아픈 인간의 문제를 제기해 보고자 합니다.
역기 우리 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 장애우가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실업자의 운명을지고 태어난 김아무개씨, 우리 나라 중증장애우 중 한 사람인 김 씨는 경제 형편이 어려운 지금은 물론이려니와 경제 형편이 좋았을 때도, 그래서 기업마다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었을 때도 장애를 이유로 직업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오십 평생을 필사적으로 일을 하고 싶다고 절규하며 살아왔지만 일자리는 커녕 심한 생활고에 내내 시달리며 지금 이 순간도 신음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나라에는 장애우 고용을 강제하는 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 씨 같은 중증장애우를 이유로 취업이 어렵다면, 국가와 사회는 복지 차원에서 김 씨에게 살 길을 마련해 줘야 할 텐데 현실은 냉정하게 김 씨에게 등을 돌리며 외면만 하고 있습니다.
그런 김 씨에게 이제 남은 것은 절규 뿐입니다. 김 씨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오십년 가슴 속에 쌓인 한 때문에 격해진 목소리로 말합니다. 살 길을 열어주지 않으려면 차라리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생뚱하지만 우리 나라 헌법 제 1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지칭한 국민 중에 중증장애우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증장애우 김 씨에게 있어서 헌법은 무엇입니까, 선언문에 지나지 않는, 있으나 나마한 법이 바로 헌법이라고, 김 씨가 주장해도 반박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비단 김 씨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나라가 법치국가인 이상 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를 명시한 헌법은 현실에서 장애우의 권리로 생생하게 살아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마침 5월 중에 열린 한일장애인교류대회의 참가자들은 성명서에서 중증장애우 문제 해결책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우는 자립된 생활을 회망하고 있고 또한 그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 국가에서 장애우 정책을 세울 때 장애우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우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정책결정 시스템을 만들어가도록 양국 정부에 제안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중증장애우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뜻밖에 이렇듯 간단합니다.
국가와 사회가 장애우의 권리를 존중해 장애우가 격리되지 않고 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직업과 연금으로 생활을 보장하고, 그런 장애우 정책을 만들 때 반드시 장애우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김 씨 같은 중증장애우가 안락사를 시켜달라고 절규하는 가슴아픈 현실은 우리 사회에서 자취를 감출 수 있을 것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실업자의 운명을 지고 살 수 밖에 없었던 김 씨에게 늦었지만 웃음을 찾아주십시오. 바로 당신의 애정과 연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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