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 세상보기] 잊혀지고 있는 장애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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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장애우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나이 오십이 넘도록 혼자 살아온 그 장애우는 오갈 곳이 없다며 들어가 살만한 소규모 시설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종종 있는 일이어서 그 사람에게 몇 군데 장애우 공동체를 소개해 주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다시 그 장애우가 전화를 걸어 왔습니다. 소개해준 공동체들에서 사람이 다 차서 받을 수가 없다는 거절의 말을 들었다며 제발 부탁이니 몸을 의탁할 다른 시설을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알고 있던 시설을 모두 소개해준 터였으므로 다른 시설을 소개해 준다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수소문해 보겠다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어야 했습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정이 다급해 보이는 그 장애우를 도와주지 못했다는 것도 찜찜했지만 그보다는 어려운 장애우 실정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된 셈이어서 그 때문에 마음이 몹시나 무거웠습니다.
이렇듯 나라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는 삶의 위기에 직면한 장애우들이 하나 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비장애우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반면 장애우들은 그늘 속에서 소리없이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위기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단적인 예가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는 장애우들이 늘어나고 있고 앞에서 예를 든 사람처럼 오갈 곳이 없는 상태에서 몸을 의탁할 시설을 찾는 장애우가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경제적인 위기는 흔히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장애우들에게 직접적으로 암울한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정작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장애우 입장에서 볼 때 더 큰 위기는 바로 위기에 처한 장애우들 삶이 우리 사회에서 잊혀지고 있지는 않는지에 대한 우려입니다. 나라 경제가 부도 일보직전에 몰리면서, 그 여파로 대규모 실업 사태가 벌어지고 거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수해로 인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면서 어느덧 장애우들로 대표되는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깨끗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사회적 공기인 언론도 장애우 문제를 외면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회가 양식이 살아 있는 사회라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먼저 소외계층을 챙기고 비장애우가 살기 힘들면 장애우는 오죽 살기 힘들까라는 상식적인 관점을 가지고 다른 문제보다 우선해 장애우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같이 사회안전망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실정에서 이렇게 이제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마저 사라진다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소외계층, 그 중에서도 장애우들은 삶의 위기에다 더해 상실감까지 맛보며 더 힘들게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모든 장애우가 삶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수의 장애우가 지금 이 순간도 현실을 고통스러워하며 살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들 삶이 버거운 장애우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손을 내미는 사회적인 관심이 다른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가을 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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