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기념행사] 국민의 정부와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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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2월 25일은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 매우 기쁘고 즐거운 날이다. 한국 정부 수립 50년만에 민주적인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로 참다운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게 된 날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대중 새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무척 크다.
돌이켜 보면 과거 제1공화국의 이승만 정부는 일제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고 분단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에 만주적인 제도를 정착시키고 자주, 자립적인 경제를 반전시키는 등 과거청산과 함께 새로운 국가를 건설해야 하는 일에 자기 소임을 다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승만 정부는 이런 민족적, 국가적 과제를 송두리째 무시하고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전문성이란 미명하에 친일파를 그대로 온전시켰고, 친일, 친미, 분단정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불법화와 적대화를 심화시켜 분단을 고착시켰으며, 장기집권을 위해 독재체제를 구축했고, 미국 의존적인 국방, 경제정책으로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신식민지가 되게 했다.
이후 4.19. 학생혁명으로 제2공화국의 민주당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였지만 정치인과 관료들의 의식이 과거에 사로잡혀 구태의연한 정치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를 빌미로 박정희를 중심한 군부세력의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였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이를 계승한 노태우 독재 정권은 이승만 정부 보다 더한 반민족적, 반민주적, 반자주적인 길을 걸어왔다. 문민정부라는 김영삼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국가 부도의 위기를 초래한 김영삼 정부의 무책임과 무능력은 상대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군사 독재 정권에 대한 향수마져 불러 일으키게 했다. 이를 계기로 군사정부가 독재는 했지만 경제성장을 이룩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재평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군사정권이 이룩한 경제성장은 국민경제가 아니라 소수 재벌과 특권층을 배불리는 성장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도 보릿고개의 배고픔은 해결되지 않았느냐고 억지부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이 겨우 보릿고개를 면했을 때 가진자들은 그보다 몇 십배, 몇 백배 아니 몇 천배의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이런 불의한 경제 정책 과정에서 일본과 미국은 우리나라의 가난한 농어민, 노동자, 서민들의 희생을 통해 얼마나 살쪘는지 모른다. 실제로 그동안 우리나라가 이룩한 경제성장이 얼마나 불의하고 허황된 것이었는가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IMF경제 신탁통치의 현실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국민의 정부로 새롭게 출범하는 김대중 정부는 과거 정부와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 경제적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역대 정권과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된다. 이것은 아무리 IMF체제하의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과거처럼 경제성장 논리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미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은 같이 가야한다고 천명한바 있다.
참으로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자유 시장 경제체제를 뒷받침하는 자유 민주주의는 가진 자를 위한 불평등한 사회체제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유럽의 국가들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체제의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체제를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궁극적 목적은 두 말할 필요없이 모든 국민들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고 행복하게 잘사는 것이다. 곧 민주복지국가의 실현이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가 참된 의미에서 국민의 정부가 되려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만을 병행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를 병행해야 한다.
오늘날의 사회복지는 과거 초기 자본주의 시대처럼 단순히 가난하고 소외되고 약한 사람들을 보살펴주는 부차적인 행위가 아니다. 현대에 있어서 사회복지는 인권이고 국민의 기본권리이다. 근대국가가 지향하는 국가의 일차적 책임은 국민의 복지에 있다. 특히 지금 전세계는 21세기를 앞두고 근대 국민국가 시대를 넘어 그야말로 지구촌의 시민사회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런 새로운 지구촌 세계에서 사회복지는 더욱 국가의 1차적 책무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사회복지 정책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더 이상 복지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사고방식, IMF경제 위기를 벗어난 다음에 복지를 고려해야한다는 과거적 발상은 버려야한다. 복지없는 민주주의, 복지없는 경제성장은 허구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소에 중하위층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해 왔다. 그런데 IMF의 경제한파로 중하위층은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IMF 경제위기의 해결이 자유시장경제 논리로만 간다면 상류층은 더욱 배불러지고 중하위층은 더욱 배고파지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렇게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김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왜 재벌들과 잘못된 정치인이 저지른 경제적 고통을 애매한 국민들이 짊어져야 하는가하고 반문하며 울먹여 국민들을 숙연케 했다. 그렇다! IMF경제 한파가 우리 국민 모두를 경제적 고통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재벌들, 특권층의 가진 자들은 IMF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계속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겉으로는 고통을 겪는 것 같은 시늉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웃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정부는 그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희생당했던 농어민, 노동자, 서민들이 IMF 경제 한파에서 또다시 고통분담이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으로 고통당하고, IMF경제 위기를 극복한 다음에도 계속 가난속에 어두움을 겪게 되는 정책을 펼쳐서는 안된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라도 사회복지가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해야한다.
1988년 3월에 창간된 ‘함께걸음’이 금년 3월로 창간 10주년을 맞게 되었다. 그동안 ‘함께걸음‘은 장애우들과 함께하며 장애우들과 비장애우가 함께 걷고 함께 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나온 10년의 함께걸음은 결코 쉬운길이 아니었지만 많은 분들의 사랑으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함께걸음에 사랑으로 참여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진실하게 함께 걸어 갈 것을 다짐한다.
‘함께걸음’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새로 출범한 국민의 정부 김대중 대통령께 축하의 선물로 ‘함께걸음’ 10년(통권110호)을 합본해 헌정하려고 한다. 지나온 ‘함께걸음‘ 10년을 보면 장애우와 우리 사회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이 함께걸음을 보며 국정을 수행한다면 장애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참으로 행복하게 잘사는 민주적인 복지사회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와 함께걸음의 건승을 기원한다.
1998. 2. 25 발행인 김성재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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