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 족쇄를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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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요즘 영구임대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가난한 동네에서는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를 개조해 휠체어 뒤에 리어카를 매달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폐지나 고철을 주우러 다니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장면 둘. 요즘 장애인 취업을 알선하는 기관과 단체에는 일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들이 취업을 위해 찾아왔다가, 취업하면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곤 바로 발길을 돌린다.
이런 일은 비단 요즘만이 아닌 오래되어 익숙하기조차 한 장면이다. 처음 장면은 기초생활수급장애인들이 부족한 생계비 때문에 다만 몇 푼이라도 생계비를 벌기 위해 땡볕 아래 거리로 나서고 있는 경우다. 두 번째 장면은 일할 능력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장애인들이 취업하여 몇 푼 수입이 생기면 바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할까봐 지레 취업을 포기하고 있는 경우다.
장애인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기초생활수급 장애인과 수급자가 아닌 장애인이다. 이 중에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은 기초생활수급장애인들이다. 현실은 많은 장애인들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고자 애쓰고 있고 한번 수급자가 되면 수급자라는 족쇄에서 빠져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장애인에게 현재의 기초생활수급제도는 부양의무제도 등 때문에 진입도 어려운데다 생계비 얼마와 의료비 부담 공포 때문에 퇴로조차 막혀 있는 상황이다. 장애인이 한번 수급자가 되면 1인당 월 40만 원 가량의 생계비를 지원받으며, 의료비를 경감 받는다. 대신,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생계비가 깎이기 때문에 폐지라도 주어 푼돈을 벌어야 하는 허덕이는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이 취업을 해 많지도 않은 다만 얼마의 수입을 가난살이에 보태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 아니다. 일을 하다 보면 수입이 더 늘고, 그래서 의료비를 자체 부담할 수 있는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면 자연스레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는 그런 선순환도 가능할 것이다. 막말로 실정상 기초수급 장애인이 떼부자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최저임금 수준의 작은 근로수입을 인정해 주는 것이 뭐가 어려운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정부는 오래 전부터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더하여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국정 기조로 내세워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런 정부 입장이 맞는다면 당장 기초수급 장애인에게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알선해 소득을 늘려주어야 한다. 이렇게 주장하면 정부는 비장애인 기초생활 수급자와의 형평성을 꺼내들며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변하겠지만, 차별도 사회적 약자를 우선 배려하는 긍정적인 차별이 있으며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이 수급 상태를 유지하며 가외로 노동을 통해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에 대해 반대의 핏대를 올리는 국민은 없으리라 본다.
결국 관건은 정부 의지다. 장애인의 소득보장 정책은 우선 장애인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 장애인들이 일을 통해 수급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이 족쇄를 풀어주는 데에는 특별히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기초수급 장애인의 입장을 살펴서 의료비 경감 등의 혜택을 유지해 주고 기초수급 장애인의 소득이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는 일정수준에 다다를 때까지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탈락시키지 않으면 된다.
국민소득 2만 불 시대에 장애인이 푼돈이라도 벌기 위해 보장구를 개조해 파지를 주우러 다니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일을 할 수 있는 장애인이 기초생활수급자 탈락이라는 공포 때문에 있는 일자리를 포기하는 모습은 더더욱, 21세기 정상 국가에서 벌어져야 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구석을 살펴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을 배려해 줄 것을 촉구한다. 장애인의 그늘진 오두막에도 다소나마 햇빛이 찾아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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