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불구자, 절름발이, 귀머거리’등 비하어 여전히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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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장애우단체들이 언론의 장애우 비하어 사용과 관련 시정 요구를 지속해왔으나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4월 한달간 중앙일간지 기사를 대상으로 장애우 관련 비하어 사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불구자, 절름발이, 귀머거리, 벙어리 같은 비하어들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애우로 짐작되는 기원전 4세기 인도 찬드라굽타 왕의 수상이었던 카우티라는 차별어(비하어)와 완곡어법을 사용한 빈정거림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 법에 따라 장애우에게 비하어를 사용하는 자는 처벌을 받았다.
이 법에 따르면 ‘신체, 버릇, 학식, 직업 또는 민족과 관계된 모욕스러운 표현들 중에서 정당한 이름 대신에 장님, 절름발이 혹은 불구자로 부를 경우’ 3파나스, 시각장애, 지체장애, 기타 장애우들에 대해 비꼬는 투로 ‘아름다운 눈을 가진 사람’. ‘치아가 아름다운 사람’ 따위의 반어로 모욕을 할 경우 12 파나스, 한센씨병(나병), 정신장애우, 노약자, 기타 같은 부류의 이들에 대해 모욕하면 12파나스의 벌금을 물어야 했다.
그동안 장애우단체들이 언론의 장애우 비하어 사용과 관련 시정 요구를 지속해왔으나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인도 고대법처럼 처벌할 수는 없지만 장애우라는 한 집단에 낙인을 찍고, 편견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4월 장애인의 달, 한 달간 11개 중앙일간지 기사를 대상으로 장애우 관련 비하어 사례를 조사했다.(통신 갈무리) 그 결과 불구자, 절름발이, 귀머거리, 벙어리 같은 비하어들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그 동안 장애우단체들이 용어와 관련 지속적인 모니터를 해온 결과 ‘장애인이란 용어가 정착되었으며 과거에 비해 장애우 비하어 사용이 부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구자류의 전근대적 용어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음은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들 비하어와 함께 잘못 사용하는 대표적인 용어로 ‘정상인’도 의외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장애우의 상대어로 즐겨 사용하는 정상인이라는 단어는 비하어는 아니지만 장애우는 비정상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비하어 이상의 잘못된 용어이다. 정상인에서 파생된 ‘정상인 못지않게’ 라는 표현도 습관적으로 쓰여 지는 이는 ‘장애우는 비장애우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보통사람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도 장애우가 하는 경우 아주 특별한 일을 하는 것처럼 사탕발림하는 상투적인 표현이다. ‘인간승리’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비하어로까지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기형아’ 또한 문제의식 없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듯이 상용하는 최악의 비하어이다. 기형은 의학상 신체에 나타난 형태이상(形態異常)중 선천성인 것을 일컫는데 기형으로 분류하는 장애 중 정신적으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당사자가 기형아라는 말을 들었을 경우 받을 불쾌감, 모멸감, 정신적인 충격을 고려한다면 사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선천성 이상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특히 국가에서 의료비를 지원하는 고셔병, 근육병 등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명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명칭들도 뉘앙스상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으므로 굳이 명칭을 정한다면 특수장애 같은 다른 표현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사례들처럼 징애우 비하어는 대체적으로 장애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절름발이 행정, 절름발이 국회, 절름발이 경제, 안팎곱사등이. 눈뜬소경, 꿀먹은 벙어리, 장님 코끼리 만지기, 벙어리 냉가슴, 반신불수 경제처럼 장애우를 직접 지칭하지는 않지만 관용적인 표현으로 굳어진 말들도 즐겨 통용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왕건이 궁예 차림으로 외팔이 눈으로 마운드(프로야구 시구)에 서면 좋겠다”<스포츠조선 4월 2일자>, “일본은 국제사회의 올바른 소리 앞에서 귀머거리 흉내를 내서는 안 된다”<연합뉴스 4월 25일자>, “ ‘지도자는 왕’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벙어리’ 선수들을 양산한 것이다.”<중앙일보 4월 14일자>등이다.
위와 같은 표현들은 대체로 속담으로부터 비롯하는데 예전에 장애우들을 비꼬거나 멸시하는 투로 쓰여 오던 폄하하는 말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결과이다. 이런 용어들은 일상이나 언론매체에서 다반사로 튀어나오는 말들로서 바람직스럽지 않거나 지탄받아야 할 일들에 장애우 비하어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장애우는 무언가 문제가 있고 불쾌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무의식적으로 장애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
장애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비하어 뿐만이 아니다. 비하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기사의 관점이 잘못되었을 경우 비하어가 미치는 영향 이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잘못된 기사의 관점이란 비록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동정이나 센세이셔널리즘을 조장하는 것, 그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보다는 그의 장애가 어떠하고 신체가 어떤 모양으로 생겼는지 강조하는 것, 장애우와 둘러싼 구조적인 모순은 도외시 하면서 장애우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다루거나 미화함으로써 현실을 오도하는 것 따위를 들 수 있다.
용어는 생각, 인식, 태도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며 사회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장애우 용어도 장애우에 대한 사회 관념을 반영하고 있으며 장애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식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ESCAP 아·태 장애우 10년에서는 장애우를 다룰 때 명심하여야 할 원칙으로 장애우에 대한 언어 선택에 있어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거나 부정적 선입관을 강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지침들을 제시하고 있다.
1. 장애가 이야기에 있어 중요하지 않다면 장애에 초점을 맞추지 마라.
2. 동정 또는 죄의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피하라.
3. 불치병, 선천적 손상 혹은 중증손상을 가진 사람을 다룰 때 눈물을 짜게 하는 것을 피하라.
4. 성공한 장애우를 초인처럼 그리지 마라.
5. 장애를 선정적(흥미유발, 감동유발을 목적)으로 다루지 마라.
6. 신체적 한계가 아닌 능력을 강조하라.
7. ‘신체는 못 쓰지만 정신만은 멀쩡하다’식의 상투적인 문구를 피하라.
8. 사회의 활동적인 참여자로서 장애우를 소개하라.
9. 장애나 질환의 명칭을 장애우와 동일시해서 호칭하지 마라.
한편 일본에서는 ‘정신박약자용어정리법’이라는 법까지 제정해서 정신박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단체, 시설의 이름을 모두 지적장애우로 바꾸기까지 했다. 그만큼 한 계층을 지칭하는 용어는 이념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주지하다시피 1989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장애인‘이 공식 명칭으로 정해졌다. 당시까지만 해도 불구자나 병신 같은 비하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는 장애우는 무능력한 존재라는 당시 사회의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장애계의 본격적인 운동이 법률 명칭 개정 작업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장애우를 비하하는 용어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국민을 선도해야 하는 언론에서조차 여전히 비하어가 시정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비하어 시정 공문을 각 일 신문사에 뿌린 바로 그 다음날 아침에도 동아일보 칼럼은 ‘종교없는 과학은 절름발이’라는 제목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버젓이 달고 있었다.
글/ 이현준(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잘못된 용어 |
권장어 |
정상인 |
비장애인 |
병신, 불구. 폐질자 |
장애인 |
앉은뱅이 |
하반신장애 |
절름발이, 절뚝발이, 쩔뚝발이, 쩔뚝이, 찐따, 반신불수 |
지체장애 |
기형아 |
특수장애아동 |
난쟁이 |
성장장애 |
곰배팔이 |
지체장애 |
외다리, 외발, 외팔이 |
지체장애인 |
조막손 |
지체장애, 손가락 장애 |
장님, 맹자. 소경, 봉사 |
시각장애인 |
애꾸, 외눈박이 |
시각장애인 |
벙어리, 아자 |
언어장애인 |
귀머거리 |
청각장애인 |
언청이, 째보 |
선천성상구순열 |
백치, 정신박약자, 정박아 |
정신지체인 |
미치광이, 정신병자, 미친사람 |
정신장애인 |
곱추, 꼽추, 곱사등이 |
척추장애인, 척추후만증 |
문등이 |
한센 씨 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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