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수당 인상이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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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가 드디어 장애우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는 건가,
복지부는 내년부터 장애수당 대폭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우에게 주고 있는 현재 월 7만원과 2만원의 장애 수당을 두 배로 올려 월 16만원, 5만원씩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도 현재 장애인소득보장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다.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의 빈곤층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이동급여, 건강급여 등 각종 급여 지급을 통해 월 10만원에서 20만원 수준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런 복지부와 국회의 수당 인상 움직임은 저소득 장애우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시기적절한 조치로 환영받을 수 있는 움직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직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복지부 안만 해도 정부내에서 확정된 게 아니라 복지부가 예산을 집행하는 기획예산처를 압박하기 위해 서둘러 발표했다는 뒷 얘기가 있고, 국회 법안도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비로소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대를 접을 수 없는 것은 이런 움직임의 가시화로 인해 저소득 장애우들의 삶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부와 국회는 향후 장애우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 야만적인 행태는 절대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복지부와 국회의 수당 인상 움직임을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감을 감출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수당인상이나, 연금 지급 등으로 가시화 될 수 있는 장애우들의 노동의 소외 문제다.
얼마 전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퇴임 기념 강연에서 우리 사회의 양극화 원인을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격렬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기술력 없고 사람은 많이 써야 하는 열위 산업인 중소기업 자영업 농업 등은 퇴출 되거나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근근이 연명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 자영업 농업이야말로 민생을 떠 안고 있는 부분이며, 고용을 떠 안고 부분인데 별다른 대책이 없어서 지금 사회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무엇보다 현재 장애우들 대부분이 그가 언급한 한계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장애우 고용 현장을 살펴보면 고용장려금 축소 여파로 많은 장애우 고용 사업장이 문을 닫고 있으며, 그나마 존재하는 사업장도 임금 삭감과, 나아가 삭감된 임금도 제대로 지급할 수 없어 장부를 조작해 장려금을 부정 수급하는 등 사실상의 범죄행위를 저지르면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고용 현장에서는 지금 많은 장애우들이 고용되어 있는 단순 제조업은 더 이상 전망과 희망이 없다는 말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데도 이에 따른 대책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장애우들의 노동의 소외는 단지 예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모습으로 장애우의 삶을 긴박하게 압박해 오고 있다. 따라서 장애우 문제 해결의 우선 순위도 수당 인상이 아니라 당면한 노동의 소외 문제에 우선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조하자면 복지부와 국회의 수당 인상은 결과를 놓고 볼 때 빈곤층 장애우를 빈곤 그 상태로 남아있게 할 뿐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수당 인상 액수로는 장애우가 빈곤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보장은 다르다. 장애우에게 일이 갖는 의미는 소득 외에도 또 다른 무엇이 있는 것이다.
복지부와 국회의 수당 인상 움직임으로 인해 이제 장애계도 장애우의 노동의 소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됐다고 여겨진다. 자칫 수당 인상이 정부는 할 일을 다했으니까 나머지는 장애우들이 알아서 할 문제고, 노동의 소외 문제도 알 바가 아니라는 책임 회피의 구실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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