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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

언론비평| “정신지체장애우 = 천사?”

본문

  수술 한 번으로 장애와 비장애 넘나들어
장애우 생활시설에서 봉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장애에도 불구하고 참 밝게 살아가시는 것 같아요” “봉사하러 왔다가 오히려 장애우 분들에게 더 배우고 갑니다”. 
이런 말들은 봉사를 하러온 사람들이 장애우들을 얼마나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거 같아 씁슬함이 밀려온다. 기왕에 봉사를 하며 장애우들과 어울렸다면 장애우들의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그들도 분명히 다른 사람들과 같이 평범한 가정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왜 안할까? 그렇지만 봉사를 하러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비장애우들은 자신들의 시각에서만 장애우들을 바라보고 보통 사람들과 다른 세계에서 사는 존재로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은 KBS 드라마 ‘안녕하세요 하느님’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안녕하세요 하느님’ 의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은 스물일곱 살 아이큐 75의 정신지체장애우 ‘하루’. 천사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져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던 하루는 어느 날 지능이 높아지는 획기적인 수술을 받고 아이큐 180의 천재로 변하여 명예와 많은 부를 획득 한다. 하지만 자신이 오히려 외롭고 불행해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다 수술 후유증으로 생사를 넘나들다가 진정 사랑하는 여자를 얻게 되어 참된 행복의 의미가 물질이나 조건이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단다. 그리고 다시 수술을 받아  예전으로 아이큐로 돌아가 정신지체장애우가 되어 천사 같은 마음으로 예전처럼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정신지체 장애우, 현실감 있는 배역설정 필요해
예전엔 나에게도 ‘하루’ 같은 정신지체장애우들은 왠지 낯설게만 느껴졌던 존재였다. 초점을 잘 맞추지 못하는 눈동자,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체격은 어른인데 행동수준은 어린아이 같아서 선뜻 다가서기가 쉽지 않은 사람들.
하지만 영화 ‘웰컴투동막골’의 여일이, 장애우 수영선수 김진호 씨와 하루는 낯설기만한 했던 그들의 장애 특성을 조금씩 이해시켜주었다. 그리고 이들도 우리의 친근한 이웃이 될 수 도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정신지체장애우들의 이런 이미지는 계속 반복적으로 고정되고 있다. ‘웰컴투동막골’의 여일이나 하루는 마치 동일 인물 같다. 천사같이 착한 마음씨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늘 해맑은 표정으로 가득하다. 동막골의 여일은 마을 사람들도 사실 상태가 거의 비슷해 보여서 논외로 치더라도 하루의 주변사람들은 흔히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구성원들이었다. 그런데 김진호 씨처럼 주변사람들 특히 가족들이 장애로 인해서  곤란을 겪는 모습이 안 보인다.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 자칫 범죄누명을 쓰거나 이용당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발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애 때문에 겪는 차별적인 상황과 이로 인해 고통 받는 모습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 드라마는 하루와 여자친구인 은혜를 비롯한 비장애우의 삶을 극한적으로 대비시켰다. 즉 하루는 천사 같이 해맑은 사람으로 설정하고 비장애우인 주변인들은 온갖 음모와 불법을 일삼는 존재로 묘사해 ‘정신지체장애우=천사,행복 /비장애우=갈등,불행 ’라는 상반되는 등식을 설정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하루’같은 정신지체장애우를 마치 다른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
그동안 영화나 방송은 정신지체장애우의 현실은 외면한 채 ‘정신지제장애우=천사’ 란 이미지만을 고정화시켜왔다.
이제는 현실에 바탕을 둔 작품도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신지체장애우와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가족들은 당사자에게 맞는 적절한 교육체계와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직업, 후견인제도 등 실질적인 사회적인 지원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이런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는 한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인 배형진 씨의 어머니처럼 “자식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부모들의 고통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글 심승보(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문화센터 모니터회원)
작성자심승보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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