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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서울시장을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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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서울 강서구에서 한 장애우가 구청 현관문에 목을 매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장애우가 자살 전 작성한 유서가 있었지만, 구청과 경찰은 공개를 거부했고, 이 사건은 왜 장애우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됐다. 

 그런데 당시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확인했던 것은, 자살한 장애우가 살아있을 때 끈질기게 구청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구청 측이 이를 거부한 게 장애우를 자살에 이르게 한 한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즉 자살한 장애우는 지역에서 권력을 가진 구청장을 만나 뭔가 할 말이 있었다. 그 하고 싶은 말이 본인의 생활고를 호소하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지역 장애우 복지혜택을 늘려달라는 공적인 부탁을 하려고 면담을 요청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청 측은 귀찮아서인지 장애우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절망감이 결국 장애우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건이었다.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3월 20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활동보조인 파견 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는 장애우들의 노숙 농성 현장을 보면서 새삼 지난 해 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강서구청과 마찬가지로 서울시 또한, 자신들이 입만 열면 사회적 약자여서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당사자 장애우의 말을 들어주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과정이 어찌됐든 배경이 무엇이 됐든 중요한 건 이 사실이다.

  장애우 입장에서는 장애우의 말을 들어주는 것을 거부하는 것, 이게 서울시와 구체적으로 이명박 서울시장이 비난받아야 하는 명백한 이유인 것이다.

  몰론 지난 해 사건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단순 비교해서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난하는 데에는 다소 억지가 개입되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왜 장애우들이 서울시장을 만나려 하는지 그 이유는 억지를 상쇄한다.

다른 이유는 제쳐두고 이명박 서울시장 말대로 장애우는 가진 게 없다.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따. 소회계층이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시장을 만나 도움을 요청하려고 한다. 생각이 잇으면 이걸 잘못된 행태라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이명박 서울시장은 한 달이 넘게 장애우들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있따. 장애우들이 뙤약볕 아래서 탈진해도, 새벽 찬이슬을 고스란히 맞으며 추위에 떨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있다.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장애우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만약 장애우들이 불법으로 시청 청사를 점거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장애우들이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 서울시청 앞 광장은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느 광장이기 때문에 농성을 하고 있는 것이 불법도 아닌데, 면담 요청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따. 그래서 4월 24일 이 시점에서 어쩔 수 없이 이명박 서울시장은 본능적으로 장애우에게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장애우를 철저히 무시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시장을 비난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서울시장에 그치지 않고 대권ㅇ르 꿈꾸고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가 장애우를 만나는 것을 거부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그는 곧 서울시장직을 물러날 사람이다. 이 말은 장애우들이 요구하고 있는 활동보조인 파견 서비스 제도화에 이명박 서울시장이 할 일이 거의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명박 시장은 맘만 먹으면 별다른 부담 없이 장애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면담도 길어야 한 시간, 아니면 삼십분이면 족할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장애우를 무시하지 않는다면, 길어야 일생에 한 시간 따로 시간을 내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장애우들이 물러나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굳이 만나려 하는 것은 말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충분히 이런 절실함 앞에서 나는 못 들어주지만 후임자에게 부탁하겠다며 양해를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 시장은 이런 조그만 배려도 거부하고 있따.

  이명박 서울시장은 강서구청 사건처럼 장애우 중 한 두 명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그때서야 미안하다며 손을 내밀 것인가?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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