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위헌판결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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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때문에 주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시각장애우들이 안마사업 보장을 요구하며 한강에 풍덩 풍덩 뛰어드는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시각장애우들이 하나뿐인 소중한 목숨을 던지며 절규하는 예에서 보듯 헌법재판소의, 시각장애우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허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은, 우리 사회 나아가 장애계에 일대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그리고 판결을 내린 헌재 재판관들과 정부도 시각장애우들이 저러다 말겠지 라고 판단하겠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볼 때 이런 안이한 판단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다. 어떻게든 시각장애우들에게 안마업이 보장되지 않으면 조만간 틀림없이 비극적인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예언할 수 있다.
왜 그런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시각장애우들에게 안마업은 삶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이기 때문이다. 삶의 기반이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는데 가만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느모로보나 이번 위헌 판결은 헌법재판소가 명백하게 실수를 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밖에 없다. 결코 장애우쪽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이런 지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 쪽 입장을 떠나 객관적으로 봐도, 사회정의나, 평등권, 행복추구권 보장 등 그 어떤 잣대를 판결에 들이댄다고 하더라도 결코 수긍할 수 없는 판결이 이번 헌재 판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번 헌재 판결은 무엇이 사회정의고 무엇이 평등권 보장인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극심한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에서도 절대 수긍할 수 없는 판결임이 분명하다.
헌법재판소는 위헌 판결에서 시각장애우의 생계보장 등 공익에 비해 비시각장애우들이 받게 되는 기본권 침해가 지나치게 크다고 얘기했다. 이 판결이 절대적으로 부당한 것은 헌재가 도무지 경쟁이 되지 않는 이해당사자를 놓고 저울질 한 끝에 한쪽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위헌 소송을 제기한 쪽은 굳이 안마업이 아니더라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우들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있는 상태에 놓여 있다. 사람이 현실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것, 과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헌재는 알고 있기나 한 것일까, 백 번 곱씹어봐도 헌재의 판결에서는 그 어떤 고민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더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헌재 판결은 한 순간에 이 땅의 시각장애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어버렸다. 특히 가슴이 더 시린 것은 어린 청소년 시각장애우들 문제이다. 그들은 시각장애우로 태어나 오로지 안마업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자란 아이들이다. 그런데 헌재 판결은 그들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아가 버렸다. 이제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아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헌재 판결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자면 지면이 모자란다. 그래서 한 마디로 정리해 보자. 한 마디로 헌법재판소 판결은 야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헌재는 사회 소수의 인간답게 살 권리와 생존권을 깡그리 무시하고 짓밟았다. 헌재가 그 어떤 가치를 들이대며 판결이 옳다고 강변한다고 한들 모두 다 허상이고 거짓말이다.
어처구니없는 헌재의 판결이 가능했던 것은, 기본권 보장이라는 가치 때문이 아니라 막 말로 얘기해서 판결을 내린 헌재 재판관들이 시각장애우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던 판결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아무런 대안을 갖지 못한 소수의 절박한 심정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판결이었다.
결국 조심스러운 전망이지만 시각장애우들의 안마업 문제는, 향후 정부와 국회가 나서 전부가 아닌 제한적인 부분에서 안마업을 보장하는 제도를 만드는 쪽으로 해결의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판결로 열악한 장애우 삶의 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시도 할 수도 있는 더 이상의 유보직종 지정은, 헌법재판소의 서슬 퍼런 눈길 때문에 꿈도 꿀 수 없을 테고, 이것이 헌법재판소가 수호하고 싶은 사회정의라면, 어쩌겠는가, 수긍할 수밖에, 아니면 나라를 떠나든지, 도대체 헌법재판소는 장애우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고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 그 진짜 속내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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