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대도 편의시설 설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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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직하고 있는 서울대학교는 관악산 자리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경치도 좋지만 대학과 대학간, 그리고 연구소나 학생 기숙사, 본관 사이를 걸어다니기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경사가 급한 길이나 여러 계단을 다녀야 한다.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내에는 지체장애우 13명을 비롯, 시각장애우, 뇌성마비, 청각장애우 등 20여명의 장애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지만 자신의 장애를 밝히길 꺼리는 학생을 감안하면 더 많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장애우들이 다니기 불편한 것은 장애우를 위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 이유가 되겠지만 원래 산을 깎고 골을 메우며 자연경관을 손상하지 않게 하려다 보니 장애우들이 생활하기에 불편한 면이 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장애우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신축건물 출입 부분에서는 경사로 설치, 장애우용 화장실 설치, 엘리베이터 설치, 특히 차량 출입이 제한된 학부생과는 달리 주차 출입, 장애우용 주차 표시, 주차료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으며 학교 기숙사나 결혼한 대학원생들이 입사하는 가족생활동에 장애우 우선입사 원칙을 지키고 있다.
나머지 기존 건물을 개․보수할 때에도 장애우 편의시설을 점차 증설해 나가야 할 것이지만 국가적으로도 재정이 어려운 시기라고 하고, 학교 시설비 및 시설정비 유지비가 대폭 삭감되어 의지만 갖고는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학교 당국에서 지대한 관심을 갖고 편의시설 확충에 노력하고 있음은 서울대학교가 소외받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몸과 마음이 불편한 장애우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교육의 길을 걷기 위한 것이다. 비단 이 일은 서울대학 뿐 아니라 다른 교육기관, 장애우 복지기관,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도 파급되어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살아가는 ‘참좋은 세상’을 만드는 길에 촉진제가 되리라고 본다.
지난 3월 시각장애우로 컴퓨터공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한 한상윤씨가 수학에 필요한 시각장애우를 위한 음성출력장치 및 부대품 설치를 대학에서 구입하고 지원하였고, 또한 이 하생은 미혼으로 결혼한 학생들에게만 자격을 부여하는 가족생활동에 입사하기를 원했다.
기숙사 운영위원회에서는 그 학생이 가난하고 집안 여건이 어려워 가족생활동에 입사할 필요성이 절실하다면 운영규칙을 개정하여 입사할 수 있도록 했다. 더 어려운 여건의 장애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오히려 미혼 학생들이 사용하는 기숙사에 시설을 보완하여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는 방안도 동시에 검토하기로 했다.
학교 당국이 장애학생과 직접 면담의 기회를 만들고 있음을 매우 뜻깊은 일이다. 이것은 평소 장애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신 총장님 이하 학교 임직원들의 뜻이 있었음은 물론이며 일부 학생들의 생각처럼 극소수 장애우를 위해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낭비라고 보는 학교 책임자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많은 재정적 수요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 본부에서는 장애우를 위한 장학금을 마련하여 지급할 계획이며 예산이 허락하는 한 장애우를 위한 시설을 지속적으로 설치해 나갈 예정이다. 그 밖에 관련 규정을 보완, 정상적으로 학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장애우를 위한 편의시설을 많이 마련할 것으로 본다.
구내 후생복지시설의 사용요금인 이․미용료, 식대 등이 시중에 비해 얼마나 저렴한가?
그 차액만이라도 불우한 곳에 돕기로 마음먹었지만 항상 실천은 어렵다.
이번 장애우와의 면담과 현황 파악을 통해서 장애우들의 아픔과 바람을 수집 분석하고, 이 기회에 국내외 대학의 장애우 복지 정책을 연구 검토하여 대학생 장애우 지원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 나라 미약한 장애우 복지향상에 촉진제가 되었으면 한다.
글/ 유희봉 (서울대학교 후생과 교육행정사무관, 장애애인문학회 명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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