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눈으로| 여야가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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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야는…”
언제부터인지 해마다 연말이 되면 여의도에는 천막이 들어선다. 정기국회기간에 맞춰 저마다 각각의 이유와 사연을 가지고 여의도로 몰려드는 것이다. 여기저기 붙은 현수막과 대자보, 안내용 책자들로 인해 행인들의 빈축을 사기도 하고 때론 거친 실랑이가 일기도 한다. 또 사람이 뜸한 이른 아침시간에는 천막을 철거해보려는 경찰과 천막농성 참가자들 사이에 매서운 긴장감이 감돌기도 한다.
이제 더 이상 경찰들을 “아저씨”라 높여 부를 수 없는 나이가 된 필자도 천막농성을 했다. 겨울의 냉기가 보도블럭을 타고 몸을 엄습해오면 소스라치게 놀라서 잠을 깨곤 하는데, 젊은 날, 신문지 한 장을 이불 삼아 밤을 지새우던 기억이 새삼 그립다.
2005년 장애운동판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운동으로부터 시설운동, 교육권 활동, 이동권 활동은 물론 문화권과 성(性)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활동과 담론이 오고 갔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평소 존경해 마지않았던 장애활동가의 죽음을 보았고 장애를 가진 자식을 키우느라 한평생 바쁘게 사시던 어머니께서 노환으로 쓰러지시는 것을 보아야 했다. 이제 더 이상 ‘앞만 보고 홀로 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필자의 생각은 냉기가 엄습해오는 천막 안에서 수많은 상념으로 다가왔다.
분명히 2006년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지겹도록 끌어오던 활동들 중에는 훌륭한 성과로써 남는 것도 있을 것이고 반성의 지점을 남기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 안에서 서로서로에게 힘을 받기도 하고 실망을 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그러한 변화들이 근본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필자는 대답하기 힘들어졌다. 우리가 애써 외치던 원칙과 이상은 과연 “우리 안에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세상 모든 것이 나름의 원칙에 따라 변화하는데 과연 나와 나의 동지들은 어떠한가?
언제부터인지 “여야는 오늘도…”라는 유행어가 생겼다. 정치권의 소모적인 정쟁과 편가르기를 보면서, 무감각해져버린 그들의 폭력을 보면서,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닌 뉴스를 단지 잘난 지위때문에 보도해야 하는 방송국 아나운서의 멘트를 따라하면서 생긴 유행어다. “사람을 남기는 것이 진정한 활동”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무엇’을 남기느냐보다는 ‘왜’, ‘어떻게’ 남길 것인가를 반성하고 계획해야할 것이다. “여야가 오늘은…”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는 2006년이 되었으면 한다.
글 조병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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