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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말 장애우들의 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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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 달 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항운노조 비리 사건을 다루면서 한 신문은 ‘항운노조  위원장 왕국 무너지나’라는 제목을 뽑았다. 이 제목을 보면서 문득 멀지 않은 미래에 ‘지장협 장기철 왕국 무너지나’라는 기사를 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또 다시 이런 얘기를 다시 꺼내는 자체가 서글프다. 항운노조 비리가 가능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요약하면 조직의 비민주성 때문이다. 위원장 등 지도부를 조직의 주인인 조합원들이 직접 선출하지 못하고 몇 몇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해먹다보니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 그대로 노조가 비리에 얼룩진 조직이 되어버린 것이다.

조직의 비민주성을 언급하면 항운노조보다 더한 조직이 장애계에 있다. 바로 지체장애인협회다. 지장협 정관은 어디에도 직접 선출 조항이 없다. 지회장은 회장이 임명하고 회장은 지회장이나 이사들이 선출한다. 자신이 임명한 사람이 자신을 회장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사실상 일당도 아닌 일인 독재 조직이 아니면 뭔가. 
더 어처구니없는 건 이 조직의 장을 한 사람이, 즉 장기철 씨가 20년 가까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철 씨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답답한 건 아주 멀리 노태우가 후보였을 때 그가 장애계 대표라며 노태우를 만났는데, 그 얼굴을 아직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백 번 양보해서 우리 사회에서 한 사람이 조직의 장을 20년 가까이 해먹는 조직이 어디 있는가, 만약 그런 조직을 대준다면 장기철 씨의 존재를 인정하겠다.

그리고 만약 장기철 씨가 회원인 장애우들이 원해서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야말로 웃기는 수작이 아닐 수 없다. 독재자들은 늘 똑같은 목소리로 장기집권 명목으로 국민이 원한다는 말을 했다. 아프리카 미개국 어느 나라는 실제로 그런 명목으로 한 사람이 장기 집권을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 나라가 민주국가로 인정을 받는가,

개탄스러운 것은 장기철씨가 무서운 존재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장애계에서 제일 큰 조직이라고 자부하는 지장협 조직 내부에서 그 누구도 그의 장기집권의 부당성을 지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번 물어보자. 아직 장애우들이 무지몽매해서 그의 지도력을 필요로 하는가, 사회에서 비민주적인 조직이라는 낙인과 조롱을 당하면서까지 그가 없으면 못 살고 조직이 유지되지 않는가. 

최근 우리 사회는 잇따른 공직자 낙마에서 보듯 도덕성을 주요 잣대로 모든 것이 다 드러나고 공개되는 투명사회로 빠르게 가고 있다. 그런데 바람직한 이런 사회 흐름에서 장애계는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 말 그대로 사회의 흐름에 끼지 못하는 그야말로 소외계층이 장애우고 장애계인 것이다. 20년 장기집권이 당연시되고, 지시와 복종이 판치는 군사독재의 잔재를 장애계는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장기철 씨는 자신의 장기집권을 비난하면 음해세력의 소행이라고 늘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어차피 또 다시 음해세력으로 치부할테니 음해세력이 한 마디만 더하겠다.

지체장애인협회에 애정이 있다면 차라리 항운노조 대부로 불린 오모씨 처럼 물러나서 막후에서 지장협을 조정해라. 그러면 최소한 장애계 최대 조직인 지장협이 20년 장기 집권이 통하는 비민주적인 조직이라는 손가락질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 또한 지체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거야 원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 지경에 놓여 있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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