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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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폭로된 대한불교조계종 수경사 아동학대 사건은 혐의를 받고 있는 남모 승려가 ‘SBS의 모함’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SBS가 보도한 남모씨의 아동들에 대한 감금, 학대, 병원 치료 거부 등 혐의에 대해 ‘종교적인 이유’나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핑계로 일관하고 있고, 국가로부터 받은 지원금에 대한 횡령혐의에 대해서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며, 오히려 ‘더욱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보고 싶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호소하면서 격리조치된 아동들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SBS 보도 이전 기존 언론들은 수경사와 남모씨가 오갈 데 없이 버려진 아동들을 보살피고 있다고 미담성 일화나 선행을 칭찬하는 보도를 했다. 그러다가 SBS 보도 이후 이 언론사들이 앞 다투어 사과보도를 했으며, 어떤 기자는 자신이 기자로서 국민들에게 커다란 죄를 지었다며 참회어린 논평을 내기도 했다.
필자는 여기서 한가지 묻고 싶다.
“도대체 언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고는 있느냐”라고.
종교인의 탈을 쓰고 아동들을 학대해온 수경사 남모씨의 그럴싸한 사기행각에 속아 국민들의 알권리를 지켜내지 못한 것이 잘못일까? 물론 이런 잘못이 작은 부분이 아닐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수경사가 그토록 아동들에게 학대를 하는 동안 적지 않은 돈을 지원하면서 제대로 된 관리나 감독조차 하지 않은 관계기관에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언론은 하나같이 함구하고 있다.
필자는 이 부분이 언론에서 가장 잘못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보도가 절실했다고 본다. 보도 이후 비판여론의 화살이 남모씨 개인에게 주로 날아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며, 이는 결국 약자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을 개인의 인격과 도덕성의 문제로 전가시켜 버리는 것이다. 물론 언론의 이러한 보도행태는 이미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지만 이번에도 역시 이에 대한 각성이나 자성 없이 다시금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을 기만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시금 하는 말이지만,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는 결코 개인이나 종교집단에게 내어줄만한 것이 아니다.
글 조병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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