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에 발목 잡힌 장애계 > 대학생 기자단


권위주의에 발목 잡힌 장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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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자인 장애우가 없는 장애계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작금의 탄핵 정국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권위주의를 청산하려는 세력과 반대로 권위주의를 포기할 수 없는 세력이 맞부딪쳐서 일으키고 있는 파열음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의 등장으로 진작에 예견됐지만, 군사독재와 3김 시대 때 맹위를 떨쳤던 제왕적 권위주의는 이제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고 역사의 잔재로 사라지고 있다. 대신 민의 시대가 오고 있다. 즉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탈 권위는 더 탄력을 받아 진행될 것이 분명하고 그래서 맹목적인 지시와 복종이 아닌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가 사회의 중심 코드가 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의 이런 변화와는 무관하게 여전히 장애계는 낡은 권위주의에 저당 잡혀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장애계에는 당사자인 장애우가 없다. 대신 무슨 협회의 회장들만 존재를 드러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흔히 장애계 누구를 가리켜 조직을 장악하는 카리스마가 강하다고 말한다. 또 단순히 특정인의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해 여는 집회가 분명한데도 회장 지시라는 한마디로 영문도 모르는 장애우들을 동원해서 거리로 내모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여전히 장애계가 권위주의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움직일 수 없는 반증들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 장애계에서 질긴 숨을 이어가고 있는 권위주의는 특정인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바탕이 되고 있는 게 결코 아니다. 누가 그를 마음속 깊이 존경하는가? 오로지 서로 이권을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에, 자신의 눈앞의 이익들에만 급급해서, 특정인을 떠받들고 낡은 권위주의를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권위주의 무너뜨려야

생각해보면 장애계는 지금 심각한 착시 현상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사회의 변화 흐름과는 동떨어진 채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입으로는 사회 통합과 평등을 원한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보이는 행태는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어쩌면 장애우들이 질긴 소외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해서, 그래서 구세주를 기다리는 간절한 심정으로 권위주의가 됐든 더 심한 독재가 됐든 상관없이 질곡의 삶에서 건져주기만 하면 된다는 염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장애계의 권위주의가 용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세월에서 명백하게 알 수 있듯이 장애우들의 구세주는 없다. 다만 장애 민중의 꿈틀거림에 의해서, 절실한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체적인 움직임을 동력으로 해서 장애우들의 역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이게 더디더라도 바르게 가는 길일 것이다.

지금처럼 장애우들이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볼모로 잡혀 있고, 장애우들의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서지 못한다면 단언컨데 장애우들의 미래는 없다. 따라서 장애계를 옭아매고 있는 권위주의를 하루속히 무너뜨려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탄핵정국처럼 혼란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게 장애우들이 사는 유일한 길이다.

장애우들이 바라는 삶은 장애우 개개인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서 비장애우와 함께 더불어 이 세상을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그럴려면 이제 더 이상 장애우들은 우물안 개구리의 상태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세상은 분 단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거창하게 말하면 역사의 발전은 제왕적 통치형태에서 민에게로 빠르게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 이제 이 역사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릴 수 없는 대세이다. 장애우들도 권력을 가진 주체로 우뚝 설 수 있는 날이 마침내 도래한 것이다.

지금처럼 장애계가 권위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장애우들이 자기 삶의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특정인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긴다면 장애우들의 봄날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장애계에도 권위주의를 청산하려는 세력과 반대로 기득권을 가지고 권위주의를 유지하려는 세력이 맞부딪쳐서 일어나는 파열음이 들리기를 기대한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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