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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우일상다반사(6)

“아유, 걱정도 팔자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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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더웠다 추웠다, 요즘 날씨 저처럼 변덕쟁인가 봐요. 요 며칠 좀 쌀쌀했는데, 감기는 안 걸리셨어요?
엄마 아빠, 전 건강하게 잘 먹고, 잘 놀고, 일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요즘 표고버섯 따랴, 종균 접종하랴 많이 힘드시죠?
엄마 아빠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는데 수확이 많아야 할텐데...잘 될꺼예요. 힘내세요!
그치만 경기가 좋지는 않은가 봐요. 저희 꽃가게에도 손님이 별로 없거든요.
진이는 저번 주부터 줄넘기 시작했어요. 비록 친구랑 살지만 아프면 서럽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진이가 엄마 아빠 곁을 떠나 객지 생활한지, 벌써 4년이나 됐네요.
이십여년 동안 늘 함께였던 부모님과 갑자기 떨어져 지낸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훗날 꽃집을 운영하는 제 꿈을 위해서 집에서 가까운 학교 마다하고 멀리 천안에 있는 학교를 선택했고, 지방보다 이 곳 가게에서 배울 것이 더 많아 선택한 길, 후회는 없어요.
실은 엄마 아빠, 많이 보고 싶고 그리웠어요. 하지만 꾹 참고 여기까지 왔네요.

하도 어렸을 적 입었던 안면 화상이라 그 때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전 지금껏 살아오면서 제가 특별하다거나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왔어요.
엄마 아빠, 저를 이렇게 강하고 당당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저 다 알아요. 엄마 아빠 많이 힘드셨다는 거.
안면 화상이라는 장애가 있는데 어떻게 꽃집에서 일 하겠냐고 의아해 했던 주변 사람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꽃집에서 일한지 벌써 두해가 넘었네요.

 
엄마 아빠, 솔직히 말씀드리면 속상했던 일들도 있었어요.
취업준비 하던 대학 2학년, 처음 꽃가게에 취직 했을 때 안면화상이 큰 걸림돌이라는 걸 알게 됐죠. 2학년 여름 방학 때 실습했던 곳이 학교 선배가 하는 조직 배양실이었잖아요. 그때 그 선배가 그러더라구요.
˝넌 얼굴이 그래서 남 앞에 나서서 하는 일은 힘들어. 그건 너도 알지? 그러니까 이렇게 사람 부딪히지 않는 일을 하는 게 좋을 꺼야.˝
난 할 수 있어!! 라고 굳게 믿었던 자신감과 그 누구 앞에서도 당당했던 절 잃어버릴 뻔한 순간이었어요. 제 꿈을 놓칠 뻔한 순간이었어요. 
더 솔직히 말하면, 절 그런 어둠 속으로 밀고 갈려는 사람은 그 선배 말고도 또 있었어요. 취업 자리를 알아봐 주신다던 기숙사 부사감님. 절 조용히 부르시더니 ˝진이야 꽃집이 아닌 다른 길을 찾아보는 건 어떻겠니? 네가 하고 싶어하는 사회복지도 괜찮겠다 싶은데…˝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목놓아 울었더랬죠. 아마 평생 울 걸 그 날 다 울었던 것 같아요.
외모 지상주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선 아직 힘든 일인가 싶더라구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냥 이게 제 모습이라는 것을, 제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요.
그때 포기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예요. 엄마 아빠, 저 이렇게 튼튼해졌어요.
취업 때문에 엄마 앞에서 많이 울기도 했는데… 저 때문에 속 많이 상하셨죠. 어린 마음에 엄마에게 그렇게 눈물을 보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 엄마가 많이 아파하실 걸 알면서…

하지만 지금은 너무 좋아요. 지금은 오히려 장점이 된 적도 많거든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어요. 우리 가게가 복도 쪽이잖아요. 근데 어떤 손님이 제 모습을 보더니 ˝어! 여기 맞네! 여기 이 언니 보니 알겠네~˝ 그러는 거예요. 하지만 그 손님은 옆에 꽃집 찾아온 손님이였죠. 가만히 있을 제가 아니죠? 그래서 옆집 사장님한테 그랬죠.
˝사장님! 저 때문에 손님이 찾아왔으니까 저한테 맛있는 거 거하게 사셔야 해요˝
˝그럼! 사줘야지~˝? 그래서 한바탕 웃었죠. 아직 맛있는 것은 못 먹었지만요.
그것 뿐만 아니었어요. 일하고 있으면 간혹 가다가 누군가 제 어깰 툭쳐요. 깜짝 놀라 돌아보면 손님이 ˝이 언니 여기 있네. 얼마나 찾았는데~˝? 하면서 일부러 저한테 물건 사는 분도 많아요. 그래서 제 단골도 꽤 많답니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외모 덕분에 절 기억하시고 오신 분이 많아 단점이 장점이 됐어요.
진이가 이제 장사 얼마나 잘 하는데요. 엄마 아빠도 보면 놀라실껄요.
그렇지만 종종 다른 분들도 있어요.
제 모습을 보고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힘들겠어~ 그래도 꿋꿋이 열심히 살아야돼.˝?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럼 전 ˝네~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하면서 활짝 웃어줘요.
실은 전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냥 잘 살고 있는데, 되려 별(?) 걱정을 다하시는 분도 있어요. 제가 어디가 어때서요? 난 난데. 저 같은 외모를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하나 뿐인데… 왜들 그렇게 걱정이 많으신지. 쩝! 전 지금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해요.

아니! 생각해보니 만족스럽진 않네요. 무슨 소리냐고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너무나도 많거든요. 꽃꽂이도 더 배우고 싶고, 장사도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고. 그리고 아담한 커피숍 겸 꽃가게도 제 손으로 차리고 싶어요. 물론 멋진 남자 만나 결혼도 하고 싶고, 저만큼이나 이쁜 애들도 키워보고 싶고. 와~ 할 일이 너무 많네요.
엄마 아빠, 앞으로 진이가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할지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치만 저 더 열심히 노력할께요.
그러니까 엄마 아빠!
지금처럼 저 계속 지켜봐주시고 든든한 버팀목 돼주세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던 이유는, 늘 저를 지켜주시는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두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셔야 해요.
그동안 저를 이렇게 당당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2004년 4월 이쁜 딸 진이 올림

작성자진이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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