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칼럼
본문
요즘 MBC 미니시리즈 “불새”가 인기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 중에 한 명(미란역)이 나와 같이 휠체어 타는 장애우로 나와 관심이 더 갔다. 그런데 하반신 마비인 그녀가 황당한 계기로 걷게 된다. 상황재연을 하자면, 어느날 미란이가 물이든 물컵을 전기코드에 꼽혀있는 헤어드라이에 실수로 떨어뜨려 감전이 된다. 그런데 부상은 커녕 오히려 하반신 마비가 풀려 다시 걷게 된다는 황당한 설정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위와 같이 황당하게 기적을 일으키는 상황을 종종 소재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다. 먼저 70년대 말 TV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두얼굴을 가진 사나이(일명 헐크로 불림)”가 생각난다. 인간의 초능력을 연구하던 과학자가 감전이 되는데, 그 후부터 화가 나면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해 악당을 물리친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당시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자기도 감전되면 헐크로 변할 줄 알고, 철사를 전기코드에 꽂았다가(그 당시는 110V 라 전기코드에 젓가락이 안들어 갔다)감전사고를 당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90년대에는 톰행크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가 있다. 영화의 주인공 소년은 양발에 보조기를 차야 걸을 수 있는 장애우다. 소년이 재활운동 중에 친구들이 ‘장애자’라고 놀리자, 소년은 갑자기 보조기를 박차고 마구 뛰어가는 놀라운 재활을 보여줬다. 그 장면은 장애우들의 재활도 별거 아니라는 허탈함(?)을 사람들에게 심어 주었다 .
그렇지만 헐크는 ‘공상과학’ 영화고, 포레스트검프는 ‘풍자코미디’ 영화라 작가의 상상력이 풍부하네라고 그냥 웃어넘길 수 있다. 하지만 “불새”드라마는 공상과학도, 코미디도 아니다. 픽션이지만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을 다루는 ‘드라마’다.
그래서 보기에 황당한 설정은 넣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아무리 가정용 전기라도 요즘은 220V라 감전되면, 화상을 입거나 잘못하면 사망할 수 도 있다.
물론 약한 전기로 환자를 치료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불새”처럼 사람에게 직접 전류를 주입시키는 치료법은 없다. 그런 게 있다면 아마도 예전에 군사독재시절 민주인사들을 탄압하기 위해 자행됐던 전기고문이 유일 할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전기고문을 받고 오히려 몸이 건강해졌다는 사람은 아직 본적이 없다.
그리고 또 한가지. 드라마에서 가장 자주 써먹은 재활설정인 ‘기억상실증’도 있다.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이 기억을 되찾기 위해 부단히 하는 노력은 번번히 실패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다시 사고를 당하여 기억이 돌아온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30대 이상 드라마를 많이 보신 분들 중에는 아직도 기억상실증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시 같은 부위를 다치면 기억이 돌아오니까)
이렇듯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장애우나 환자들이 재활하는 과정에 이런 황당한 설정을 종종 한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면, 당신은 혼자서 몸의 중심을 잡고 휠체어에 타고 내리는 간단한 재활과정만 배우더라도 많은 시간 동안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할 것이다.
나는 이번 “불새” 드라마에서 미란이의 황당한 재활을 보면서 비장애우나 일부 장애우들이 재활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갑자기 철없는 한 장애 아동이 이 드라마를 보고 부푼 희망을 품고서 양손에 쇠젓가락을 들고 전기코드로 다가가는 섬뜩한 상상이 밀려온다…
글 심승보(장애우문화센터 문화기자단)
‘장애우로 산다는것’에 대해 제대로, 자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 문화기자단으로 참여하는 심승보씨.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면서 하고 싶은게 많아졌다고 한다.
지난 탄핵 집회 때는 십몇년만에 참여하는 거라며 성숙한 시민의식과 집회문화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