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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눈으로]국가보안법과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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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약 10km에 달하는 길을 걸었다. 충주에서 원주로 넘어오는 초입부터, 원주연세대학교까지. 국도를 걷는데 운이 좋게도 넘는 고개가 세개나 되어서, 구비구비 산맥들을 구경할수 있었다. 바닥이 아스팔트가 아니고 흙길이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선선한 초가을 바람이 보태져 앞사람이 든 깃발이 나풀거릴 때마다 얼굴이 간질거렸다. 그래도 좋았다. 조금은 뒷장단지가 당기고 슬금슬금 발목이 아프기 시작했지만 혹여 내가 걷는 걸음걸음으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된다면 100km든, 1000km든 너끈히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지난 토요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국민연대’의 일정에 따라 국토순례 일일 참가단으로 원주를 다녀왔다. 많은 청년단체와 학생들, 종교단체, 사회단체들이 모여 전국 국토순례를 하기로 결정하고, 서울에서 출발하여 제주도까지, 다시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장작 1300여km를 걷는 행보를 하고 있다. 우리가 간 날은 도보행진을 한지 38일째로, 38일내내  참가하고 있는 사람들의 구릿빛 얼굴과 발가락에 덕지덕지 붙인 반창고가 그들의 노고를 짐작케 했다. 40여명이 걷고 있는데 건너편 도로에서 컬랙션을 울리고 엄지손가락을 치들며 응원하는 아저씨와, 대열 뒤에서 박수와 환호를 하며 지나가는 여행객, 수고한다며 아이스크림과 물을 사들고 온 동네주민들이 정겨웠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 하였던가? 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사무쳐 꽃이 피듯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갑자기 웬 국가보안법이냐고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장애와 국가보안법’이 무슨 상관이냐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연구소가 하는 일과 국가보안법이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혹은 <함께걸음>이 국가보안법 폐지입장이라면 더이상 구독하지 않겠다는 분들이 혹여 계실지 모르겠다. 나는 이 짧은 지면과 나의 좁은 소견으로 ‘국가보안법의 존속 및 개정’입장을 가진 사람을 설득할 자신은 없다. 다만 나의 염원을 조금이라도 담고 싶을 뿐이다.
국가보안법은 별명이 많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반인권악법’, ‘반통일악법’, ‘반민주악법’…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독재정권의 유지수단으로 만들어졌고, 법의 적용 및 해석과정에서 많은 인권피해자들이 발생했으며, 기본적으로 인간의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UN으로부터 이미 91년부터 폐지를 권고 받고 있다. 더욱이 북한정부를 ‘정부’로 인정하고 않고 ‘괴뢰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현재의 남북관계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걱정이 많은 어떤 혹자는 그럼, 실제 국가내란 및 음모죄등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가내란이나 테러 등은 이미 형법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걱정 놓으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그 사회의 ‘인권(人權)과 정의(正義)’를 규범으로 만들어 서로가 지키자는 것이 법(法)이다. 법은 물(水)이 흐르는 이치나 사람 사는 순리(順利) 같아서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다양한 사상(思想)들을 내생각과 맞지 않거나 우리사회 주류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법으로 심판할 수는 없다. 정신장애우라고 해서 마녀라 화형시켰던 과거 중세와, 게르만의 우수혈통을 잇겠다고 장애우를 가스실에서 학살한 히틀러는 ‘비장애우 사회를 건설’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생각들이 서로 상생하고, 교감하고 있다. 나는 늘 옳고 너는 늘 틀리다는 생각과, 당신의 생각은 불순하다는 생각,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생각은 인간의 ‘오만과 편견’이 아닐까?
장애를 차이로 인정하는 것처럼, 서로 가진 생각과 사상의 차이도 인정하는 것이 그야말로 사람사는 순리 아닐까?


 글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작성자김정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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