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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중증장애우의 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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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우의일상다반사

함께걸음은 "중증장애우의 일상다반사"라는 제목의 연재물을 기획하였다.
이 땅에서 중증장애를 갖고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라는 다소 거창한 주제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개인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찾아보자 라는 것이 기획의도이다.
이런 기획을 하게 된 배경에는 함께걸음 9월호에 실린 이현준 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팀)가 쓴 "나의 지옥철 체험기"라는 글이 계기가 되었다.

근이양증 장애를 갖고 있는 지은이는 글에서 지하철 편의시설 변화에 따라 본인의 삶이 어떻게 달라져왔는지 담담하게 그러나 뜨거운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글 속에서 장애우 이동권을 보장해야한다는 직접적인 주장이나 표현은 없었지만 이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장애우 이동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 "힘"은 어디에서 온 걸까? 물론 이현준 씨는 전 함께걸음 기자로 뛰어난 글발의 소유자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이 힘의 근본은 다름 아닌 한 개인의 살아있는 경험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겪어야만 했던 그의 경험들은 장애를 가진 한 사람의 기록이기 전에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장애우의 역사이기도 하다.
함께걸음은 이에 주목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보자”라는 것. 개인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글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 문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어느 누가 대신 전해 주는 것이 아닌 장애우 본인의 목소리로 말이다.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연재에 참여할 필진들이 구성되었다. 고지혜, 오영철, 윤두선, 이현준, 허성현. 한가지 이상의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이 앞으로 5개월간 ‘중증장애우의 일상다반사’를 꾸려갈 주인공들이다.

본격적인 연재에 들어가기 앞서 지난 9월 23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강당에서 연재에 참가하는 필자들이 모임을 가졌다. 글의 방향과 성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좌담회도 아니고 토론회는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에 특별한 형식이나 절차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중증장애우의 일상다반사 필자들
고지혜(강남대 사회복지학 4)
오영철(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의료센터 간사)
윤두선(독립생활비전 21 회장)
이현준(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팀 간사)
허성현(건국대 사회복자학 4)


 중증장애우의 일상이 공개돼야 하는 이유
두상 중증장애우의 일상다반사라... 감이 잘 안 잡히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함께걸음 특별한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에요.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나(장애우)의 일상을 공개해 보자는 겁니다. 이를테면 "내 얘기 한번 들어 봐라"라는 거죠. 이런 기획을 하게된 궁극적인 목적은 장애문제에 대한 보다 많은 이들의 공감과 이해입니다. 어떤 것에 대해 상대방을 이해시킬 때 자기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하면 수월해지잖아요? 바로 이런 효과를 노린 거죠. 신체적 조건상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을 겪어서 괴로웠던 적이나 차별을 받은 최초의 기억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런 이야기가 실리면 좋을 것 같은데요.

 현준 -그건 특별한 이야기를 하자는 건데요? 어려서부터 장애가 있었던 사람은 차별이라는 걸 잘 못 느끼거든요.

 성현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물론 중도장애우 같은 경우에는 장애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선천적인 장애 같은 경우는 장애를 장애라는 개념도 없이 그게 원래 자기모습이니까 그냥 받아들이면서 살게 되거든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놀림 받을 때도 마음의 상처는 입지만 차별이라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었는데...
두상 꼭 그렇지는 않다고 봐요. 오히려 그게 차별적 생각 아닌가요?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중도장애우가 선천적 장애우 보다 더 차별에 민감한 것만은 아니거든요. 중도장애우 중에는 나는 다시 비장애우로 돌아갈 것이니까 난 장애우가 아니다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차별에 둔감한 경우도 많아요.

현준- 차별적 관점에서 얘기한 건 아니고 느끼는 충격의 강도가 다르다라는 거죠. 내가 장애우니까 차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있고 그래서 그에 대응하기가 쉽다는 거예요. 비장애우일 때 남의 신세 안 지고 살아야한다는 의식을 갖고 살다가 장애를 입으면 타인에게 요구도 많이 해야하고 도움도 받아야 하는데 중도장애우들은 이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거든요.
 두상 내 말은 차별을 느끼는 데 있어 중도장애우는 심하게 느끼고 어려서부터 장애우였던 사람은 덜 느낀다는 식으로 함부로 구분 할 순 없다는 겁니다. 비장애우가 어렸을 때 "나는 비장애우야"라고 생각하면서 살지 않잖아요. 장애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서부터 "나는 장애우다"라고 의식하면서 살진 않거든요. 그 사람의 성장과정 중에 특히 청소년기 때 자의식이 생기면서 비로소 장애를 의식하고 "아 이게 차별이구나"라고 느끼는 거죠. 
 

 성현 - 맞아요. 부모로부터 벗어나서 성인으로서 독립해서 살아야 할 준비를 하는 시기에 장애를 이유로 사회로부터 각종 제약이 들어오거든요. 그때 내가 장애우라는 걸 실감하면서 이게 차별이구나 라는 걸 느끼고 고민하게 되는 거 같아요.
 

 지혜 - 제가 그랬어요. 가장 힘든 시기가 중고등학생 때였거든요. 저는 특수학교 다니다가 중학교 때부터 일반학교를 다녔는데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잘 해주다가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왕따를 시킵니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계속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6년을 혼자 다녔어요. 그러면서 느꼈죠. 내가 생각하는 장애와 다른 사람이 나를 보면서 생각하는 장애의 무게가 다르다는 걸 말이죠. 그래도 참을 만 했는데 결정적인 것은 대학원서 쓸 때였어요. 편의시설이 있는 학교를 가고 싶었는데 마땅한 학교가 거의 없었거든요. 내 신체적 조건에 맞는 학교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참 힘들었죠. 나도 하고 싶은 게 있고 내 선택권이라는 게 있는데 나는 거기에 자유롭지 못하구나 라는 걸 절감했죠. 하는 수 없이 엄마가 추천한 학교를 다닐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각서를 쓰라고 하더군요. 만일 학교에서 사고가 나면 부모님이 다 책임진다는... 참 어이가 없었죠. 

 성현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는데요. 3학년때 부터 실습을 나가야 하는데 원서를 내는 곳마다 거절하는 거예요. 장애우라서 힘들 거라고 하면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이상이 있었거든요.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사회복지로 해결하고자하는 꿈이 있었는데 장애우를 위해 일한다는 사회복지기관이 오히려 장애우에게 이럴 수 있는가 라는 생각에 상처를 크게 받았어요. 그러다가 간신히 한 기관에 실습을 하게되었는데 제 담당 감독관이 그러더라 고요. 왜 너는 사회복지학을 택했느냐고. 충격을 받았죠. 내가 왜 이길을 택했을까, 도대체 장애우는 적성도 취향도 없는가, 왜 선택할 자유가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고 괴로웠어요. 물론 지금은 그 감독관이 복지기관이라는 데가 워낙 육체적 노동이 많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라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적으니까 보다 유리한 쪽을 택하라는 현실을 이야기해준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지만 당시의 저로서는 충격이 꽤 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괜찮아요. 장애라는 힘든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회에 나가서 힘을 쌓아야겠다는 오기도 생겼고...

 무엇을 쓸 것인가
두상 처음에도 말했지만 내가 장애우라는 걸 의식했던 시기라든지 혹은 차별 당했다 라고 느끼는 부분들을 일반화시킬 수 없습니다. 장애우들이 참 다양하잖아요.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요인도 천차만별이고. 장애우에 대해 어떤 공통점을 찾는다는 것은 장애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회나 매스컴이 너희는 어떤 존재다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명칭을 붙이는 것에 저는 반대합니다. 저는 "중증장애우 일상다반사"라는 연재가 제목처럼 내가 사는 이야기를 그냥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풀었으면 해요. 물론 그 글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독자들의 몫이지만 나는 이렇게 사는데 저 사람은 저렇게 사는 구나 라는 식으로 편하게 읽어줬으면 해요. 
함께걸음 그렇다면 여러분들이 "중증장애우 일상다반사"연재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가요? 각자 쓸 내용에 대해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대화 중에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고 서로 조언해 줄 수도 있으니까요.
 

 영철- 저는 시설이야기를 쓸까 해요. 일곱 살부터 열네 살 때까지 뇌성마비 아동들만 있는 재활원에서 생활을 했거든요. 그 곳에서 참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어요. 저는 어렸을 때 지독한 개구쟁이였습니다. 말썽 많이 부렸죠. 여자 애들 괴롭히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고 아이스케키는 기본이었거든요(웃음). 제가 저지른 수많은 사건 중에 하나 이야기하자면 선생님들이 탈이실에서 옷 갈아입잖아요.

 지혜- 몰래 훔쳐봤다가 걸렸군요?
영철 훔쳐 본 건 셀 수도 없고 그 정도 일이라면 아예 얘기 꺼내지도 않습니다. 탈이실 문을 원래 잠그는데 제가 이상한 잔머리를 굴려서 안 잠기게 만들었죠. 그 방법이 뭐냐하면 껌 한 통을 씹어서 문고리 폼에 집어넣으면 안 잠기거든요. 열쇠를 돌려서 잠그면 잠기는 소리나 느낌은 있는데 신기하게 안 잠깁니다. 그렇게 하고 선생님들 옷 갈아입으러 탈이실 들어갔을 때 선생님들 옷 벗는 시간 10초, 15초 정도 계산해서 기다렸다가 문을 확 열었죠. 그럼 뭐가 보이겠습니까? 다 보입니다. 하하

지혜 -안 혼났어요?
영철 -엄청 혼났죠.
성현 - 그만한 가치가 있던가요?
영철 -그럼요. 한번 해보세요.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일동 - 하하호호깔깔깔...
영철 - 그러니까 저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왜 시설하면 다들 어둡게 보잖아요. 그런데 꼭 그렇지 만도 않거든요.  

 성현 -저는 제 친구 이야기를 할까 해요. 장애우가 일반학교 다닐 때 비장애우 친구와 진정한 친구관계를 이루기가 참 힘들거든요. 물론 도와주긴 하는데 도움을 주는 위치와 받는 위치에 있다보니까 동등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게 힘든 것 같아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 그런 친구를 만났어요. 문제는 주위의 시선들이었습니다. 친구사이라는 게 티격태격하고 싸워서 토라지기도 하잖아요. 그러면서 더 친해지는 건데 주위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은 우리가 토닥거릴 때마다 그 친구에게 왜 너 저 아이를 괴롭히느냐는 식으로 다그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들은 우리를 친구사이로 본 것이 아니라 봉사자와 수혜자의 관계로 본 거죠. 그 친구가 그런 시선들 때문에 힘들어했고 그런 친구를 보는 저도 참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 친구가 저로 인해서 선행상을 두 번 받았는데 왜 내가 이런 상을 받아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기뻤어요. 이 친구는 나를 정말로 그냥 친구로 생각하는구나하고요. 이 이야기를 할까해요. 친구관계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일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갖고있는 장애우 대한 편견을 아주 개인적인 시선에서 살펴보고 싶어요.

 현준- 저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는데 평범한 건 싫고 좀 엉뚱한지 모르겠지만... 제가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하거든요(웃음). SF적인 글을 써 볼까하는데요. 미래사회의 장애우 이야기 어때요? 미래의 화장실을 상상해 보았는데요. 뒤처리를 아무 불편 없이 말끔히 해결해주는 로봇 팔이 등장할 거라는 생각을 해 봤어요. 또 초고속 전동휠체어를 이용한 택배 산업을 구상해 본다든지 하는...
함께걸음 재미있겠는데요. SF라는 게 꼭 비현실적이지만은 않잖아요. 현시대의 모순이나 희망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만드는 스토리니까요. 잘하면 작품하나 나오겠는데요?
 현준- 생각만 많습니다(웃음).

독자들에게 바란다
함께걸음 각자 생각하신 것들이 참 다양하고 재밌습니다. 기대이상인데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연재될 글에 대해서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는지 바램이 있다면 한 마디 해주세요.

 지혜 -편견 없이 봐줬음 해요. 장애우도 나와 똑같은 사람일뿐이라는 것, 하고 싶은 것 많고 꿈도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글을 읽어 주었으면 합니다. 장애우는 참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말이죠.

영철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고 봐줬음 합니다. 장애우는 이럴 거야 라고 미리 단정짓거나 예상하고 글을 대하지 말고 그냥 남의 일기 훔쳐보는 심정으로 즐기면서 글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현준 -저는 "중증장애우의 일상다반사"가 잔잔한 웃음 속에 날카로운 이빨을 슬며시 드러내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이지상 씨 노래 중에 "천사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지우면 전사가 된다"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이처럼 거칠지 않지만 조용한 힘을 발휘하는, 웃음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을 느끼게 하는 글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글 함은혜 기자 사진 최희정 기자

 

 

 

 

작성자함은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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