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야기] 천사표 사회복지와 장애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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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직업이 뭐예요"하고 물으면 나는 조금 머뭇거린다. 장애우 단체에서 일해요, 사회복지사예요, 인권단체에서 일해요...대답을 듣는 사람들의 첫마디는 "좋은 일 하시네요"다.
좋은 일이라... 본의 아니게 나는 순간 ‘천사표’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영 기분이 안 좋다. 사회복지한다는 사람들이 늘 천사가 아닐 뿐만 아니라 스스로 지속적인 노력과 자성으로 자기를 다스리지 않으면, 어느 누구라도 소외계층에게는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음의 몇 가지 상담사례들은 더욱 사회복지계를 각성하게 만든다.
시각장애를 가진 L군은 중학교 3학년때부터 00복지관에서 6년간 자원활동을 했다. 중학생때부터 자원활동을 했으니 분명한 자기확신과 다양한 경험이 쌓였을 것이다. L군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사회복지를 택했고, 장애를 가진 당사자로서 가장 적절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자원활동 했던 00복지관에 실습을 나가려고 했다가 그 곳에서 거부당한 것이다. 시각장애 때문에 실습을 거부하다니... L군은 결국, 자신이 선택한 "사!회!복!지!"를 다시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비단 L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체장애를 가진 K양, P양 등 그녀들 또한 장애우복지관, 사회복지관, 사회복지시설 등 20여 곳에서 실습을 거부당했다. 이유는 똑같았다. "그 몸으로 어떻게 여기서 실습을 하겠나?"였다.
비단, 사회복지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청주에서 일어난 사회복지사의 장애우 폭행문제는 "사회복지사=천사표"의 선입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일깨워준다. 백여명의 장애우가 근무하는 청주의 00근로작업시설. 이곳에 근무하는 C복지사는 평소에도 정신지체 장애우에게 작업속도가 느리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폭력을 일삼았다.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C복지사의 작업지도를 받는 처지고, 잘못 보였다가는 일자리를 잃기 쉽상이어서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폭력은 그곳에 근무하는 장애우인 영양사 A씨에게도 이어졌고, 그녀는 머리채를 질질 끌린채 갖은 폭언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정작 폭력을 행사한 사회복지사는 해고되기는 커녕, 잠시 대기발령을 받았다가 직무를 옮겨 근무를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그리고 사회복지기관들이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이들이 오히려 폭력을 휘두르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 했을 때 우리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법으로의 "엄중처벌"만이 대안일까?
여기에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의 일부를 옮겨본다.
"사회복지사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천부의 자유권과 생존권의 보장활동에 헌신한다. 특히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의 종교 인종 성 연령...경제적 지위 정치적 신념 정신, 신체적 장애 기타...를 이유로 차별 대우를 하지 않는다."
글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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