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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곤의 세상보기] 골방에서 골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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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방을 벗어나고 있는 중증장애우들>

한 해가 지고 있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문득 골방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본다. 골방은 어떤 방인가? 구석진 방, 햇볕도 들지 않는 캄캄한 방, 세상과 차단된 음습한 작은 공간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거기 웅크리고 누워 있는 장애우들이 있었다.
반세기가 뭔가, 중증장애우들은 태어난 이후 인간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내내 골방에 갇혀 지내야 했다. 가족들은 집안의 창피라며 장애우들을 골방에 숨겼다. 서글프게도 장애우들도 드넓은 세상에서 골방밖에 달리 갈 데가 없었다. 그래서 중증장애우들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 철저하게 차단 당한 채, 골방에서, 운이 좋으면 더 큰 골방일 뿐인 수용시설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쳐야 했다.
그랬던 중증장애우들이 이제 막 골방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도 다루고 있지만 중증장애우들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며 세상의 전면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증장애우들이 주도해서 펼치고 있는 장애우 운동으로 인해 한국의 장애우 운동이 질적으로 변하고 있다. 중증장애우들은 이동권 보장, 자립생활 혹은 독립생활 보장, 그리고 연금 보장으로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러한 중증장애우들이 주도하는 운동의 목표는  우리 장애우 운동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와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골방을 벗어난 중증장애우들이 빠른 시일내에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도록 중증장애우들이 주도하는 작금의 장애우 운동에 장애계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정신장애우 문제 관심 가져야>

그런 반면 아직도 골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장애우들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정신장애우들이다. 정신장애우 문제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이 사회는 정신장애우를 정신질환자라고 부르며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격리된 곳, 큰 골방인 미신고시설, 혹은 기도원이라고 불리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다버리고 있다. 그 곳에서 정신장애우들이 참혹한 인권유린을 당하는 현실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분명히 할 것은 정신장애우들은 범죄자가 아닌 아픔을 가진 장애우라는 것이다. 정신장애우들도 사회에서 살 권리가 있으며, 골방을 벗어나 자유를 누리며 우리 곁에서 살아야 하는데, 누구도 정신장애우 문제에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고 있다. 
기도원에 가면 감금방이라는 곳이 있다. 밖에서 자물쇠를 채운 골방이다. 거기 한 여성이 갇혀 있었다. 창문도 없는 어두컴컴한 방, 방에는 오물이 널려 있어 악취가 진동하고, 여성은 며칠을 굶은 듯 안색이 파리했다. 더 가혹한 현실은 구원의 손길이 뻗치지 않는 한 이 여성은 평생을 이렇게 골방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도대체 무슨 악독한 범죄를 저질렀길래 이렇게 갇혀 지내야 하는 걸까? 이 여인을 비롯해서 지금 기도원에 갇혀 있는 정신장애우들은 차라리 자신들을 감옥에 보내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이제 이 절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도 인권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이 사회에 일깨워주기 위해 최소한 같은 처지의 장애계 만이라도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중증장애우를 중심으로 한 장애우 운동과 정신장애우를 비롯한 자기 방어권을 박탈당한 채 신음하고 있는 그늘 속 장애우들의 인권 문제가 장애계의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장애우의 역사는 골방에서 시작됐다. 갇힌 곳, 세상과 단절된 어둡고 추운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지금까지 장애우들은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다가오는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서 골방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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