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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우 일상다반사

어느 여성장애우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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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아침, 나에게 메일 한 통이 왔다.
그 메일의 내용은...나랑 연락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올 초에 아는 언니 소개로, 한 사이트에 글 올리는 것을 보고 연락이 온 것이다. 장애우에게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어진 만남...
2주에 걸쳐 메일과 메신저 대화하고 그 다음에 산본에서 처음 만났다. 이렇게 만남이 시작됐고 점차 사이가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만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이 우리 집을 도와준다며 돈 얘기를 꺼냈다. 그 때까지 난 그 사람에게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에 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를 생각해주는 모습에 감동 받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난 의심 없이 그 사람을 믿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귀어 온 연인들도 돈 문제는 다루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 사람은 전혀 아니었다. 그는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나에게 조금씩 돈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난 그 사람을 신뢰하는 맘으로 아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서 줬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돈갚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이 돈을 갚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라는 생각에 나는 서서히 불안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런데 내 생각대로 그 사람은 돈 갚는다는 날짜를 지키고 않았다. 계속 “너희 집을 도와주려는데 돈이 모자라”, “핸드폰 요금 대신 내줄게”, “나 갑자기 쓰러졌어 병원비가 필요해” 라며 나에게 거의 53만 원이라는 돈을 요구했다.
 그 뿐만 아니었다.
자기가 재벌 집에 입양된 손자, 아들이다. 집에 장애 식구가 많다며 나의 맘을 의심 못하게 하였다. 더구나 자기가 심장병이라며 나로 하여금 동정하게 만들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날 순진하고 물로 본 것이다.
 시간은 지나고... 난 불안한 맘을 해소하지 못해 아는 오빠한테 도움을 청했다. 그래서 다행히 많은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속상하고 사회에 대한 원망함을 생겼다. 오빠가 이리저리 알아봤더니 회사에도, 교회에도 그런 사람이 없었다. 완전히 나는 사기 당한 것이었다.
 이렇게 허무할 때가 없었다.

 

오빠도 화가 나고 속상하여 그 사람을 꼭 만나서 고소하고 싶다며 작전을 세웠다. 그 사람은 내가 눈치채고 있는 줄 모르고 있으니깐 계속 연락 온다고 하면서, 내게 어떻게 하라고 말해 줬다. 난 이렇게 코치 받으면서 이 일을 해결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 사람의 본색, 사기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나에게 400만원이라는 돈을 요구했다. 무슨 명분으로 했나면...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내 카드 연체가 한 달 정도 있어서 내 어머니께서 갚으셨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400만원만 갚으면 그 나머지는 자기가 갚는다고 했다. 그 때는 참으로 어이없었다.
이미 신뢰는 깨졌기 때문에 나는 연기로 그 사람을 대해야 했었다. 그것 또한 완전히 날 죽이는 것이었다.
 드디어 그 사람과의 만남...
나는 웃음으로 그를 맞았고, 서로 안부를 물었을 때 오빠들이 와서 우리들의 작전이 펼쳐졌다. 순간 그 사람이 당황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화가 났던 이유는 그 사람이 거짓말에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난 눈물날 정도도 어이가 없었다.
그 사람은 작년부터 집을 나와 생활하고 있으며, 재벌 집이며, 장애 식구가 있는 사실이 다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연세도 많고 몸도 좋지 않은 어머니가 집에 혼자 계시는데 그 사람 어머니 카드도 써서 그 대금을 갚고 있었는 상황이었다.
그 때 난 정말 울고 싶었다. 내가 이런 사람을 신뢰하고 있었다니라는 생각에 속상하고 거기에 있는 오빠들에게 창피할 정도였다.
 결국 그 사람에게 24일까지 53만원 입금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협상을 하는 것으로 우리의 작전이 끝났다. 그러나 24일에 들어오지 않아서 나는 지금 고소를 준비중이다.
 난 이번 일로 세상이나 남성들을 믿을 수 있는 신뢰가 없어졌다.
장애우에게는 이성교제나 결혼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장애여성을 올바르게 생각하고 있는 비장애 남성을 만날 확률도 낮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남성들이 여성장애우에 대한 편견과 천대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예전과 달리 이성교제이나 결혼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장애’가 이성교제이나 결혼을 방해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에게는 아직도 성에 대하여 좋지 않는 기억 있어서 혼자 사는 법을 배워서 살려는 생각중이다.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다.)
 내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장애여성도 여성임을 알리고 싶어서이다. 단지 성적 만족을 위한 도구이나 천대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장애여성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싶어하는 한 여성이다.
 이 사회 모든 남성들이 장애 여성들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지 말았으면 한다. 그 상처와 아픔 때문에 장애여성은 또 다른 장애를 안고 살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에 대한 불신감으로 사회를 향해 쉽게 나올 수도 없다. 우리 모두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하길 기도하며 이 글을 마친다.

글 고지혜(강남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

작성자고지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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