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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눈으로

인생(人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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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스무살이 넘으면서 나는, 진정한 의미의 자아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나름의 인생을 설계하고, 방향을 선택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았다. 나는 내가 땀흘려 얻은 노동의 대가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할 것이며, 가끔은 섣부른 결정으로 좌충우돌하기도 하겠지만, 그것 또한 내 인생의 배움이라 여기며 그렇게 살고 싶었다. 자기인생에 대해 스스로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자기인생의 결정권을 유린당한채, ‘타인에 의한 인생’을 사는 분들을 만난다. 특히나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다.


지지난해였던가,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아주머니가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어릴적 장애등록을 하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도 특별히 장애등록절차와 권리 등의 정보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식당일을 하며 살아갔다. 또한 자신이 재산관리를 한다거나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식당에서 보내는 것이 하루의 일과, 아니 몇년 동안의 일과였다. 그러나 그 아주머니의 노동의 대가는 식당에서 먹고 재워준다는 이유로 받지 못했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액도 식당주인의 통장으로 들어갔다. 몇년간 식당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아주머니는 노동의 대가도, 하다못해 수급액도 한푼도 받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모교회 교인이라며 전화를 했다. 자신의 교회에 다니는 분들중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부부가 있는데, 부인이 병으로 사망하고 남편이 혼자살고 있었다. 남편앞으로는 그동안 폐휴지수거와 재활용사업장에서 일해 모아놓은 재산 1억정도와 재개발지역 아파트입주권이 있었는데, 이를 부인의 여동생들이 재산관리를 한다며 가져갔고, 형부를 시설에 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안따까워서 전화를 했다며,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고 호소하셨다.

또한 얼마전에는 정신지체장애를 가졌을 것으로 여겨지는 아주머니가 몇달째 일을 하는데, 일의 대가를 본인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을 이 식당으로 소개해준 사람에게로 보내졌다. 또한 이 식당이 문을 닫게 되니, 다른 농장으로 데려간다는 것이었다. 추측컨대 이 아주머니가 40~50대의 나이까지 한 일들은 주로 농장이나 식당등에서 숙식하며 일을 했을 것이고, 그 노동의 대가는 본인이 전혀 사용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여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생에 있어서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곳에서 생활해야 했고, 재산은 가질수 없었으며, 노동의 대가 또한 자신이 누릴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또하나는 이들이 정신지체장애를 가졌다는 점, 바로 그점이다.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인생’에서 ‘인(人)’은 분명 타인(他人 다른사람)이 아니라 바로 자신, 본인(本人 근본, 뿌리인 사람, 자신)일텐데 이들의 인생은 왜 ‘타인생(他人生)’이 되는 것일까?

 

글 김정하



  

 

작성자김정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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