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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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쉼터라도 들어가시죠. 이제 겨울인데…”
“싫어요, 저 안갈래요. 거기가면 아저씨들이 때리고 제 물건도 빼앗아요. 거기 가기 싫어요.”
작년 겨울 이십대 초반의 한 청년은 등산가방에 가득 짐을 싸들고 다니면서 직장을 구하고 있었다. 영등포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면서도 노숙자 쉼터로는 극구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정신장애우였던 이 청년은 쉼터에 가서도 주변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차라리 추워도 바깥이 낫다고 호소했다.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이십대 초반의 한 청년의 어머니는 가끔 전화를 하셔서 아들의 문제를 하소연하신다. 이번 가출이 처음은 아니었다. 가출을 하고 나면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기가 일쑤였고, 어떻게 어떻게 집에 돌아오고 나면 꼭 이런 일들이 있었다.
“우리 가출청소년쉼터에 장애를 가진 여자아이가 왔었죠. 그 아이가 처음 왔을때 몸이 엉망이었어요. 갖은 폭력과 성폭력에 시달린 뒤였지요. 어떻게 가출했는지 모르지만 우리 쉼터에 와서도 비장애청소년들에게 왕따를 당했습니다. 어쩔수 없었지요. 쉼터에 있는 교사들도 정말 잘 해주고 싶었지만, 그 아이가 있음으로 해서 프로그램을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다들 힘들어 했어요.”
“어느 노숙자 쉼터에서 연락이 왔지요. 여기 청소년이 있으니 데려가라구요. 그 친구를 데려왔지만 비장애 청소년쉼터에는 보낼수가 없었습니다. 정신지체인지 정신장애인지 모르지만 장애우 시설에도 들어갈수 없고, 그렇다고 비장애 청소년쉼터에서도 잘 안받아주니까요. 그래서 간신히 그 친구의 집을 알아내서 밤늦게 지방에 내려갔지요. 집에 들여보내고 돌아왔는데 그 친구는 다음날 다시 가출을 했다고 합니다.”
갈곳 없는 사람들…
본인의지로 혹은 본인의지와 상관없는 가출로 인해 거리로 나온 장애를 가진 사람들…
그들은 노숙자쉼터도 가출청소년쉼터에도 갈수 없다. 왕따와 괴롭힘은 그곳에도 여전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에게 특별히 보호받을 수 없었거나, 가출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청소년들, 그들은 그저 ‘왕따없는 잠시의 쉼’을 하고 싶을 게다.
글 김정하(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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