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공용품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 대학생 기자단

 일본에서 열린 제 7회 한일국제장애우교류대회 기간 말미에 도쿄에 있는 일본 공용품(共用品) 추진 재단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공용품이 뭔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공용품은 신체적인 특성과 장애에 관계없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기 편한 제품과 시설 그리고 서비스를 말합니다. 즉 장애우와 비장애우 노약자 그리고 아이들 등 누구나 사용하기 쉽게 배려된 제품과 서비스가 공용품인 것입니다.

공용품을 장애우 복지용품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공용품은 절대 복지용품이 아닙니다. 장애우들 뿐만 아니라 비장애우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공용품 반열에 들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용품 예를 하나 들자면 시각장애우를 배려해서 뚜껑에 점자가 돌출 되어 있는 캔 맥주를 지목할 수 있겠습니다.

일본에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런 공용품을 확산시키기 위해 애쓰는 재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유수 기업이 이 재단에 참여해서 공용품 개발과 보급에 힘을 보태고 있었습니다.

재단을 방문해서 느낀 것은 공용품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품 안내를 음성으로 한다든지, 저시력 장애우를 위해 글자를 크게 키운 책자를 만든다든지, 세제 용기에 돌출 점자를 새겨 구별을 쉽게 한다든지, 이런 공용품 제품은 기업이 장애우와 노약자에 대해 조금의 배려만 한다면 큰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만약 이런 공용품 제품들을 비장애우들이 사용하기 불편해 한다면 공용품의 가치는 반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경사로가 장애우 뿐만 아니라 비장애우들도 이용하기 편리한 시설이듯 공용품도 역시 장애우 뿐만 아니라 비장애우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모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용품들이 쉽게 눈에 띄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생산해서 파는 상품은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리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장애우가 접근할 수 없는 상품이 대다수인 것입니다.

큰비용이 들지 않는데도 기업이 공용품 생산을 외면하는 이유는 소비자로서의 장애우를 무시하거나 약자에 대한 무관심, 아니면 어떻게 공용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두 가지 이유 다 어떤 말로 변명한다고 해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하나 현재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며 장학금도 지급하고 복지시설도 건립하고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기업이 생산해 내는 제품은 장애우와 노약자 등 사회약자가 쉽게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결국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허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바람직한 기업상은 시장에서 일등을 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보다는 공동체에 기여하고 대가로 공동체의 신뢰를 받아 성장하는 기업이 바람직한 기업일 것입니다. 지금 기업이 공동체에 기여하는 길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서 약자들도 사용 가능한 공용품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회를 떠나 홀로 기업이 존재할 수 없는 사실, 기업은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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