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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장애인 죽음과 장애인 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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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말미에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옥란 씨 사망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1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그이를 시위 현장에서 보아 왔는데, 슬픔과 착잠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외치던 그이를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또 한 명의 장애인을 덧없이 떠나보냈다고 생각하니 새삼 분노를 감출 수 없었습니다.

최옥란 씨가 장애인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외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여전히 중증장애인들은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골방에서 또 거리에서 헤메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스스로 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돌이켜보면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중증장애인 김순석 씨가 스스로 목숨줄을 놓은 것도 표면적으로는 편의시설 부족 때문이었지만 내막은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력해도, 발버둥쳐도 중증장애인이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없는 야만적 현실이 결국 김순석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중증장애인의 고통스런 현실은 개선되지 않은 채 진행형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옥란 씨의 죽음을 보면서, 또 김순석 씨를 떠올리면서 문득 이 사회에 묻고 싶었습니다. 개인이 각각 제 능력대로 살면 그만입니까? 그래서 힘이 없고 돈도 없고 소위 빽도 없는 중증장애인들은 평생 고통스럽게 사는 게 당연하고, 그러다가 자살이나 아니면 쓸쓸하게 삶을 마치는 게 매우 당연합니까?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입니까?

그렇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사람들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뒤쳐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도 아직은 파기되지 않았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문명과 양심이 죽지 않고 아직 살아있는 사회라면 당연히 무엇보다 먼저 김순석 씨나 최옥란 씨 같은 중증장애인들이 처해 있는 고통스런 현실에 눈길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요?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우리 사회는 일을 해야지 만이 먹고 살 수 있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복지도 생산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하고 싶어도 심한 장애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면 얘기는 달라져야 합니다. 장애인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맞는 직업이 주어지지 않고, 또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무조건 일을 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대신 이 야만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하루속히 장애인 연금 제도가 도입돼서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 생존을 보장해 주는 최소한의 생활 방편인 연금을 지급하는 데는, 중증장애인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아무리 따져보아도 사실 그렇게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 약자인 중증장애인을 사회와 국가가 책임진다는 적극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서 그렇지 합의만 이뤄진다면 이 제도 시행에 걸림돌은 많지 않습니다.

지금 장애인 연금제도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물어볼 것도 없이 연금이 지급되면 중증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은 생존권을 보장해준 다음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중증장애인들이 생존권을 보장받는데 또 몇 사람의 죽음이 필요할까요? 장애인 연금제도 시행은 더 많은 장애인들이 피를 흘려야만 가능한, 쉽게 다다를 수 없는 꿈 같은 현실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누군가의 대답을 간절히 듣고 싶습니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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