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의무고용 확대와 기업의 부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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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장애우 의무고용 확대를 위해 입법 예고했던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시행령 개정령이 사업주들의 반발로 좌절됐다고 합니다.
노동부는 지난해 10월 2003년 200인 이상, 2005년 100인 이상 사업체로 장애우 의무고용 확대를 강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부의 이 개정안이 사업주들의 단체인 경영자총연합회, 중소기업청, 중소기업협동중앙회 등의 반대로 무산된 것입니다. 사업주 단체는 예고된 주5일 근무제, 그리고 경기 침체 등으로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에까지 장애우 고용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개정안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사업주들의 반대로 고용의무를 확대하는 개정안 시행이 좌절됨으로써 장애우들은 일단 울분을 토로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사업주들을 비난할 것입니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사업주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비난할 일이 결코 아닙니다.
왜냐하면 고용의무 사업장을 확대해서 무조건 장애우를 고용하라고 들이민다고 장애우 고용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업의 장애우 의무 고용율이 달성되지 않고 있는 데에는 기업의 고용 회피와 장애우에 대한 편견이 큰 원인을 차지하고 있지만 또 하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장애우 인재가 부족한 것도 이유의 하나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기업 인사 책임자들은 장애우들을 고용하려고 해도 인재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이 말이 엄살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이 불행히도 현실입니다. 단적인 예로 현재 특수학교와 직업전문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장애우 직업교육 실태를 보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장애우가 일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단지 편견 때문에 고용을 기피한다면 그런 기업은 지탄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장애우를 고용하고 싶어도 채용할 만한 장애우가 없어 고용을 기피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런 기업까지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기업은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존재하지 자선사업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의무고용 사업장 확대보다는 기업이 필요로 하고, 주저 없이 고용할 수 있는 장애우 인재를 양성하는 직업교육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장애우가 기업에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노동부 개정안을 보면, 사실 의무고용 사업장을 대폭 확대하는 안에 중소기업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내막은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초점이 장애우를 고용하지 않으면 내야 하는 미고용 부담금이라는 말입니다.
지금 현실에서 의무고용 사업장을 확대한들 고용보다는 부담금을 납부하는 기업이 훨씬 더 많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현실이고, 그 때문에 부담을 가진 사업주들이 의무고용 사업장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장애우 입장에서도 노동부 개정안이 우려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개정안이 시행돼 부담금으로 조성되는 고용촉진기금이 늘어날 경우 그 사용처입니다. 지금처럼 기금으로 시설을 짓고 그 시설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사용한다면 기금 확충이 정작 장애우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의무 고용 사업장을 확대하지 말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그전에 기업이 부담감을 가지지 않도록 장애우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글 이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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