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공동작업소와 자립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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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 장애우 교류대회가 일본 다찌가와(立川)시에서 열려 다녀왔습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매년 교류를 하는 일본의 장애우차별과싸우는전국연합(약칭 공동련)은 일본의 장애우 단체 중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단체입니다. 그리고 이 단체는 일본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공동작업소의 연합체이기도 합니다.
공동작업소라는 개념이 생소하다면, 장애우 자립작업장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겠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공동작업소와 우리의 자립작업장은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의 공동작업소는 작업장이라기보다는 이념 공동체에 더 가깝다는 게 솔직한 인상이었습니다.
교류 마지막 날 우리가 답습해 왔고, 따라가려고 애쓰는 일본의 장애우 복지 노동 정책을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공동작업소 설립 확대가 장애우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공동련 소속 하나다 마짜노리 교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왜 공동작업소가 대안인지, 하나다 교수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의 공동작업소는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자주적으로 공동으로 일하면서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는 사업체라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공동작업소의 운영 원칙은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대등한 관계로 일하면서 작업소를 운영한다는 것인데, 공동작업소에서 장애우를 바라보는 시각은 장애가 있든 없든 간에 인간은 평등 대등하기 때문에 중증장애우라도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기 생활과 운명을 결정하는 사람으로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생산성에 대해서 하나다 교수는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장애우는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공동작업소의 존속을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책임을 공동작업소에 돌릴 수는 없다. 본질적으로 장애우 문제는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함께 사는 사회 시스템 구축을 통해서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의무를 가지고 공동작업소가 유지 되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려운가요? 실상은 전혀 어려운 얘기가 아닙니다. 장애우 문제의 해결은 다시 강조하지만 장애우를 도와주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기 생활과 운명을 결정하는 사람으로 존중하는데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장애우가 살 곳은 별도의 격리된 곳 시설이 아니라 우리 곁 지역사회입니다. 그런데 장애우가 지역사회에서 일 할 권리를 보장받고 살기 위해서는 시스템화된 큰 규모의 기업이 아니라 자유롭게 일 할 수 있는 소규모 기업이 유리하고, 장애우만 모여 서 일 하면 또 다른 격리가 되고, 생산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자신을 장애우와 동일시하는 비장애우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소규모 기업에 지역사회가 의무를 가지고 유무형의 지원을 한다면 공동작업소는 살아남을 수 있고, 이게 장애우 문제의 해결책이라는 게 일본 공동련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지금 공동련 주도하에 공동작업소 설립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일본의 공동작업소와 우리의 자립작업장을 비교해 보면서 착잡함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왜 우리 자립작업장에는 자신을 장애우와 동일시하는 비장애우들의 참여가 없는지, 왜 장애우들만 따로 모여서 일 하고 있는지, 왜 하나같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정작 일본을 부러워해야 할 것은 수십 만원의 장애우 연금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공동작업소가 아닐까요? 새 해에는 우리도 장애우 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봤습니다.
글/ 이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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