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장애체험도 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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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월드컵의 달이기도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의 달이기도 합니다. 이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여셔 여야가 사활을 걸고 선거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6월 지자제 선거를 시작으로 이제 이 나라는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돌입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 와중에서 정치권에서 서민대 귀족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습니다. 어느 당 대선 후보가 진짜 서민이냐를 놓고 서로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극심한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후보들은 마치 서민 표만 잡으면 연말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듯 서민 흉내내기에 필사적입니다. 이런 어설픈 서민 흉내내기보다는 성장이냐 분배냐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정책 대결을 치열하게 벌이는 것이 훨씬 보기 좋을 터인데 정치권은 정책 대결을 외면하고 서민 쟁탈전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민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 층을 형성하고 있는 대다수 장애우들 입장에서 보면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민대 귀족 논쟁은, 바람직하냐 아니냐 여부를 떠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한편으로는 여야 후보가 한 목소리로 서민들을 위한다고 하니까 뭔가 달라지려나 라는 작은 희망을 갖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추상적인 서민 얘기만 있을 뿐 진짜 서민인 장애우를 위해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정책 제시가 아직 없다는 것은 장애우들에게 또 다른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후보들은 서민들의 일반적인 주거 형태인 옥탑방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런 후보들이 참여와 평등 그리고 이동권 이라는 말을 과연 알고 있을까요? 결국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여야 후보들은 지금 장애우들의 고통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물론 후보들이 장애우가 아니니까 장애우들의 고통을 모른다고 해도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다른 것은 몰라도 진짜 서민인 장애우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마음에서 우러나온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지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서민들을 위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후보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장애 체험입니다.
행사장에서 휠체어를 몇 번 밀어주고 장애우 시설을 방문해서 사진이나 찍으면서 소외계층을 챙기고 있다고 과시할 게 아니라 휠체어를 타고 또는 눈에 안대를 차고 거리를 다니면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살아도 보고 자립작업장에서 일도 해보며 장애우의 입장에 서 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설픈 흉내내기가 아닌 진짜 서민을 위한 정책을 구상할 수 있고, 더해서 서민들에게 따뜻한 애정을 가진 후보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연말 대선에서는 누가 서민들을 위하는 후보인지가 국민들의 표심을 가르는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전망입니다. 장애우 입장에서 보면 이런 선택 기준은 바람직한 선택 기준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장애우 입장에서는 장애우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고통을 덜어주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지 않고 망국적인 지역감정에 휩싸여 후보를 선택한다면 장애우들의 미래는 암울할 뿐입니다. 후보들이 장애 체험을 통해 진짜 서민인 장애우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런 후보가 지도자로 선택되는 연말 대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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