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애우들의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잡은 저상버스 > 대학생 기자단


일본 장애우들의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잡은 저상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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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이동권연대가 주도한 저상버스 시승식. 그러나 저상버스를 도입하라는 주장에 교통당국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우리 도로 여건에 맞지 않고 버스회사가 만성적자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우리와 도로여건이 비슷하고 버스회사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의 경우 지난 97년부터 저상버스를 도입해 현재 1천여 대가 운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는 장애우계의 활발한 운동이 있었다.


장애우들의 지속적인 운동으로 저상버스 도입 실현

일본의 ‘저상버스를 달리게 합시다’라는 모임은 지난 1997년 11월 22일부터 매달 넷째 주 토요일마다 시가현에 위치한 야스역에서 서명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99년까지 모두 19차례의 서명 활동을 펼쳐 4,734명의 서명을 받아 현에 제출했다. 이에 야스 정(읍)은 저상버스 한 대를 도입해 99년 9월 1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이 조그마한 사건에는 아름다운 사연이 있다. 야스 정 중학교 교사인 다무라 준코 씨는 휠체어장애우 가도와키 겐지 씨(39)를 개호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활동을 보고 제자들도 함께 개호활동을 했는데 이들은 당시 겐지 씨의 집에서 저상버스 운행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교사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장애우들을 위해 이런 버스가 달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로 부터 매달 넷째주 토요일 한번도 거르지 않고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진학 시험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의미있는 활동에 인근 학교 학생, 주민들까지 동참하게 되었다.

일본에는 앞서 소개한 ‘저상버스를 달리게 합시다’ 외에 ‘버스 승차 장벽을 없애는 모임’, ‘TSF(저상버스와 그 이용자를 늘리는 모임)’, ‘미에현에 논스텝버스를 달리게 하는 모임’ 등 저상버스 도입을 촉구하는 모임이 여럿 있다.

특히 ‘버스 승차 장벽을 없애는 모임(약칭 버스벽)’은 가장 주도적인 활동을 펼치는 단체이다. 버스벽은 92년 11월 휠체어장애우 우에다 씨(현 회장)가 노선버스를 타려다 승차거부를 당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우에다 씨는 버스회사에 항의하려 했으나 개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그는 94년 1월 ‘버스 승차 장벽을 없애는 모임’을 결성하고 장애우의 교통권, 특히 버스 문제 해결에 나섰다.

우에다 씨는 모임을 통해 버스 회사 측에 버스 승차 거부 사건을 다시 항의하였지만 회사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문제이므로 단체와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버스벽은 ‘개인의 승차거부 사건은 휠체어는 버스에 탈 수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사회적·구조적으로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공공교통으로서 버스의 책임감을 상실한 것’이라며 항의를 했으나 버스회사는 아무 것도 들어주지 않았다.

교섭을 계속 시도하던 버스벽은 우선 도영버스로 운행 중에 있던 리프트버스부터 시작해 각지의 버스에 승차 투어를 시도해 리프트버스와 슬로프첨부 버스의 점검 활동에 들어갔다.

이 점검 활동을 통해 버스벽은 리프트버스나 슬로프버스는 장애우가 이용하기에 불편하므로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리프트버스는 리프트 조작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슬로프첨부 버스는 저상버스 이전에 장애우용으로 도입된 것으로 원스텝버스(계단이 하나 있는 버스, 지상으로부터 높이 53센티미터)에 슬로프(경사로)를 붙인 형태로 대형 경사판이 필요해 좁은 정류소에서는 이용할 수 없으며 경사판 각도가 약 20도로 지나치게 가파르기 때문에 휠체어로 오르기 힘들어 도우미가 도와준다고 해도 위험천만이다.

반면 일본에서 최근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저상버스(논스텝버스)는 기재를 주로 후방 부분에 집중시켜 높이를 35-30 센티미터로 낮추고 계단을 없앴다. 하차 시에는 공기압으로 내려앉게 해 차체가 7센티 미터 정도 더 낮아져 장애우, 노인, 어린이, 임산부 등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다.

버스벽이 저상버스의 필요성을 처음 깨닫게 된 것은 94년 12월에 개최된 교통문제 심포지엄에서 유럽의 사례를 접하고 부터였다. 그 당시는 ‘다른 나라에는 이런 버스도 있구나’ 라는 정도의 인식에 머물렀다. 그후 95년 10월부터 11월까지 버스벽의 멤버가 유럽 버스 시찰 투어에 참가해 휠체어를 탄 채 저상버스를 탈 기회를 가졌다. 귀국 후 그는 ‘저상버스를 타고나서 장애우도 당연히 대중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보고했고 버스벽은 리프트 버스나 슬로프 버스가 아닌 저상버스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일본 장애우들의 이동권과 관련하여 가장 조직적인 활동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요구하는 전국 대행동’이다. 이 운동은 올해로 14년째를 맞고 있는데 매년 가을 “전차를 타자! 버스도 타자! 역에 엘리베이터를 !버스는 논스텝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국 30개소에서 동시에 시위를 하고 교통 당국과 교섭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장애우 운동단체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야말로 오늘날 일본 전역에 저상버스가 다니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일본 전역에 저상버스 1천여대 운행

일본에서 저상버스가 처음 운행하기 시작한 것은 97년 3월부터였다. 세계 최초의 저상버스가 1976년 독일의 네오 플랜사에서 개발되었고 일찍이 독일이나 덴마크 등 유럽에서 보편화된 것에 비하면 일본은 꽤 늦은 편이다.

일본의 버스회사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서 처음에는 비싼 가격의 저상버스(논스텝 버스)를 도입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령사회가 되어감에 따라 모든 사람이 편리한 저상버스를 원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고, 국가가 버스운송사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이에 따라 버스제조회사들이 속속 저상버스 산업에 뛰어들면서 대중교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1988년 미츠비시사에서 처음으로 저상버스를 개발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불편한 점이 많았고 사회적인 몰이해로 실제로 도입되지는 못했다.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저상버스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후반부터로 볼 수 있다.

초창기 외국에서 수입한 저상버스는 한 대에 5천만 엔이나 하는 고가였고 장비나 유지보수 등의 문제로 사용하고 어려웠다. 또한 국산차 개발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고 차체의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적자 노선이 많은 노선버스에서는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운수성(현재 도로교통성)은 1993년도부터 95년까지 ‘사람에게 편한 버스를 생각하는 검토회’를 개최해 저상버스 개발에 나섰다. 이 검토회에서 버스사업자, 제조회사, 관계 학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저상버스의 통일사양안을 정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츠비시 자동차공업이 97년 2월 최초로 저상버스를 발매했고 이어 닛산 디젤, ISUZU, 히노 자동차 등 여러 회사가 뛰어들어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생산가격은 일반버스 1,500만엔보다 400만엔 정도 비싼 1900만-2천만엔으로 일반버스와 부품을 공유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2000년 일본의 운수백서에 따르면 2000년 3월 말 현재 저상버스는 전국에서 840대가 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고(2000년 7월 현재 1천여대) 슬로프버스는 1,275대가 운행 중으로 나타났다. 1999년 3월과 비교하면 리프트버스는 더 이상 늘고 있지 않고 슬로프버스와 저상버스는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저상버스는 1년만에 두 배로 급증해 장애우교통수단의 대세를 잡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추세는 2000년부터 새롭게 확충된 보조제도를 통해 더욱 확산되고 있고 차량의 사양이나 구조의 표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가격의 저감화를 꾀한 것에도 큰 원인이 있다.

장애우용 버스 도입 현황 (노선버스) 

일본도 우리 나라처럼 저상버스가 운행하기에는 도로여건상 많은 문제가 있다. 보도의 높이가 도로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고 정류소 근처에 불법차량이 있을 경우 버스가 보도에 접근하지 못하는 문제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장애우단체들은 버스운전사에게는 보도 가까이에 멈춰 줄 것을, 차량운전자들에게는 버스정류장 근처에 차를 불법 주정차하지 않을 것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휠체어 탑승으로 인한 시간 지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일본 장애우단체들은 휠체어 승차가 쉬워 버스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 없어져 버스회사측에 나쁠 것이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든다. 실제로 저상버스는 출입구를 2-3개까지 설치할 수 있고 출입구가 넓어 승객이 한꺼번에 타고 내릴 수 있다.

도로 여건 미비 등 여러 문제점들을 생각하면 저상버스 도입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 우리나라도 노령비율이 20%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대중 교통은 그야말로 모든 대중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생각해 교통 당국은 발상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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